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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Oct 08. 2021

세계 비즈니스를 바꾼 최고의 CFO

일.또.속.

일본책에 또 속았습니다.

몇차례 언급했듯 전 일본 실용서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인쇄한 블로그 포스팅 정도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뭔가 핵심은 있지만 얄팍한 몇문단으로 끝날 일을, 혼신의 힘으로 정리해서, 책의 부피만큼 늘려 놓은 글을 읽다보면 나무에게 미안합니다. 심지어 저술행위 자체가 저자 스스로의 성취인 듯한 책도 자ㅗㅇ종 보입니다.  


야마다 아리히토, 2008


CFO 관련 강의도 하고 있어 좋은 사례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제목도 그렇지만 목차도 구미가 당겼습니다. 절판이라 중고 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전 책의 원제와 지어진 연도를 봅니다. 일어 제목은 '세계 비즈니스를 바꾼 최강의 경영 참모' 정도 됩니다. 이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챕터1에선, 구글의 조지 레예스를 장제목으로 뽑아놓고 주로 에릭 슈미츠 이야기를 합니다. 레예스는 말미에만 잠깐 등장합니다. 그것도 CFO로서 시장에 IR 가이드 줄때 말실수로 주가를 폭락시키고 사임한 이야기입니다. 


기타오 요시다카가 소프트방크에서 몇가지 잘했던 점이 적혀있지만, 그는 손정의가 고지 등정에 사용한 여러 셀파중 하나였고, 나중에 결별합니다. 티에리 무론게는 카를로스 곤과 닛산을 부흥시키지만 몇년 후 다시 실적이 곤두박질 친다고 나옵니다. 엔론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앤드루 패스로우까지 나오면 이제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대체 최고의 CFO는 누구를 말하는건가? 


책을 꼼꼼히 뒤지면, 디즈니의 게리 윌슨 정도가 쓸모 있는 역할을 합니다. 아디티아 미탈은 CFO보다는 경영수련중인 CEO로서의 행적입니다. 대체 치즈는 누가 먹었을까, 치즈가 있기나 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실은, 책이 두 지점에서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 내용이 기본적으로 부실하고, 둘째, 한글제목이 그 부실한 내용조차 뻥튀겨 호도합니다. 차라리, 최강의 경영참모는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하면 그나마 낫습니다. CFO에서 스탭이나 경영진으로 시각을 확장하고, 잘못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추적한다면 그나마 일본원제와 내용은 부합합니다. 내용의 부실함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최고의 CFO'는 질나쁜 떡밥입니다. 최고의 CFO는 한 명도 안 나오니까요. CFO 자체도 별로 많이 안나옵니다. 원래 CFO를 의도한 책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일본 실용서의 한계에 더해 한글제목은 과대광고의 혐의가 짙습니다. 절판은 당연했고 복간도 어려울겁니다.  


책의 후반은 결이 살짝 달라집니다. 여기가서야, 저자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는 바람직한 CFO를 살짝 언급합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한다', '과거보다 미래를 봐야한다' 같은. 이 부분은 저도 강의에서 많이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배워서 때우는 스타트업 CFO" 강의 중 발췌


Inuit Points ★★

의외로 흥미로운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일본 기업 및 경영 관행이 상당히 낙후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했고 다국적 기업에서 훌륭한 경력까지 쌓은 저자에게 가장 안타까웠던 지점일겁니다. 그래서 책까지 쓰게 만든 동기 같습니다. 

일본에 없는건 경영뿐이다.
-카를로스 곤

정부주도의 선단식 경영, 은행이 생태계 참여자가 아니라 정부 대리인으로 행세하는 시대착오적 금융시스템, 외국기업을 시장교란자로 보고 판결하는 배타적 정서의 법원 등 일본 특유의 갑갑한 공기가 독자인 제게까지 느껴집니다. 


야마다의 질문은 실존적입니다. "회사는 누구것인가?" 서구식 주주소유도 아니고, 이해관계자도 포괄해서 고려해야할 일이죠. 반면 어젠다 기반으로 운영되는 일본의 기업이라면, 진정한 경영이 없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안타깝게 시장의 모두가 알지만 막상 고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요. 


아이러니하게, 그런 무거운 관성은 이 책에도 묻어납니다. 글로벌 관점으로 봤을 때 일본의 경영 환경이 이질적임을 잘 알면서, 저자 스스로도 일본의 관행을 수긍합니다. M&A 관련해서 '회사의 문화와 혼'을 진지하게 논의한다든지, 기업가치 산정과 관련해 일본의 '제조업 정신'에 대한 성찰 없는 자부심, '문화인의 시각' 운운하는 엘리트 주의가 곳곳에 스며있습니다. 저는 꼭 서구화, 미국화가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와 상대적 포지션에 대한 감각은 기업 생존의 이슈기 때문에 인지와 이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중고까지 구해서 봤지만, 절판된게 환경에 이롭구나 생각했습니다. 별 둘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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