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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Oct 15. 2021

디자인씽킹 바이블

The design of business

디자인 씽킹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책을 여러권 샀는데, 가장 먼저 손에 잡은게 이 책입니다. 한글제목의 '바이블'이란 오소독스한 느낌 때문은 아닙니다. 이 책이 원래 이쪽에선 원전에 가까운 시조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추법(abductive reasoning)으로 유명한 로저 마틴 보고 무조건 원픽이었지요.


결론적으로 흡족하진 않았네요.


Roger Martin, 2009


제가 쓴 책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에도 가추법은 잠깐 소개했습니다. 연역법이 진리보존적이라면, 귀납법은 진리생성적, 가추법은 진리확장적이라고 말해집니다. 셜록 홈즈의 추리가 바로 가추법이죠. 가추법을 무대 전면으로 끌고 나온게 로저 마틴입니다.


사실 전 그가 디자인 씽킹의 거물인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 가추법과 디자인 씽킹, 일맥상통하는군 하며 기대에 부풀었지요. 하지만 최소한 이 책에선 가추법과 디자인 씽킹의 교점은 거의 안나옵니다. 한두번 개인의 소양으로 스치듯 언급되는게 다입니다. 여기서 첫째 실망.


둘째 실망은 너무 성경적이란 점입니다. 맞는 말로 점철되었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이나 배울 점이 없습니다. 실제적으로 잘 쓴 책은 이 책으로 말미암아 나왔다는 시간적 선행성과, 책이 나올 당시에 무수한 아이디어의 틈바구니에서 하나의 학문적 장르로 자리잡아야 하는 투쟁적 포지션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는 갑니다. 지금은 논증없이 유익함을 인정받는 디자인 씽킹이지만, 로저 마틴의 시대엔 강한 주장을 좁혀서 선명히 할 필요가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굳이 학문적 장르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안타깝습니다. 디자인에 한발을 담근 책이지만, 그림도 거의 없이 텍스트에 의지한다든지, 경영에 눌려 살았던 디자이너 직군의 자격지심이랄지요. 당시엔 옳았겠지만, 지금은 군더더기 같이 느껴집니다.


책의 사례도 관찰할 부분이 많습니다. 저자가 직접 경험했으며, 그로 인해 디자인 씽킹이 주류로 떠오르며 동시에 마틴도 함께 유명해진 사례가 RIM과 P&G입니다. 그 한축인 RIM 또는 블랙베리가 이미 망했으니 책도 따라 망한셈입니다. 블랙베리에 기대야만 두발로 서는 구조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며 워낙 크게 기댄터라 빼기도 애매하고 두자니 볼품없어졌습니다. "왜 RIM은 디자인 씽킹을 해도 스마트폰 웨이브를 못 탔니?"란 질문에 정면으로 답을 시도하는 업데이트라도 있었으면 좋을겁니다.


책은 '고객속으로 철저히 들어가서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총체적 경영'을 디자인 씽킹으로 상정하고 중요한 의제를 경영에 던졌습니다. 비록 프레임워크나 사례가 이제 와선 진부해졌지만요.


Inuit Points ★★★☆☆

RIM의 실패나 현재 큰 기업에서 디자인 씽킹을 내재화 못하는 이유는 조직문화와 경영자의 소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렵죠. 다시 생각하면 디자인 씽킹이 되었든, 혁신 조직의 설계든 조직문화와 경영자의 소양 및 결심은 고갱이가 됩니다.


결국 디자인 씽킹은 더 큰 문제의 한 면을 하이라이트한 것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디자인 씽킹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선전물정도에서 그쳤으면 좋았습니다. 모든 문제를 디자인씽킹으로 때려잡는 만능 망치 설명서로 가면서 지나치게 용감해진 면이 있습니다.


끝으로 책의 번역은 제가 무지 싫어하는 품질입니다. 부주의하고 무심한 번역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책의 맥락  기량에 가까운 Skill 기술로, 핵심 개념인 validity (경영학에서 feasibility 표현하는) 타당성으로, 입장이라는 측면이 강조된 stance attitude 혼동되는 자세로, 지식이 결정화되는 깔대기인 knowledge funnel 뜬금없이 지식생산 필터로, 어림산에 상응하는 수많은 역어가 존재하는 heuristic 경험법칙으로, 사악하다고 종종 번역하는 wicked 고약한으로 적었습니다. 경영경제 관련해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멋대로 사용하니 뜻이  통해 책읽는게  고역이었습니다. 킨들에 원서 사다 두고 대조해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선구자적 혜안의 마틴님께 존경을 표하지만, 번역 품질 감점해서 별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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