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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Oct 29. 2021

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

별점 리뷰

비즈니스 모델, 혹은 BM이란 단어처럼 스타트업 사람들을 홀리는 말이 또 있을까요. 


왠지 공부 못하는 사람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줄 것 같고, 내 몸의 병을 딱 짚어주는 용한 의사 같기도 하고, 뭔가 깜짝 놀랄만한게 숨어 있는 보물창고 같기도 하고, 또 누구에겐 그냥 전략이나 계획이란 말보다 멋있어서 애용하는 단어이기도 할겁니다. 

제목도 부피만큼이나 유혹적인 책이 보여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부제: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남대일 김주희 외 3인, 2021 


비즈니스 모델을 트리 구조로 분류하고 해당하는 사례 101가지를 모아 정형화된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뭔가 멋져보이고, 보물창고를 뒤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결론은 그냥 창고였습니다. 텅빈 공간은 어니고 허섭쓰레기만 있는건 아닌데, 딱히 귀중품을 발견하긴 힘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BM의 분류가 사뭇 임의적입니다. MECE함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밸류체인과 플랫폼으로 가르는 이유부터 모호합니다. 제 보기엔 로고가 파란 회사와 빨간 회사로 나누는 것과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집니다. 억지로라도 파이프라인과 다면형의 차이라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하위 분류의 해석에선 억지이해도 궁핍해집니다. 이 경우 사후적으로 틀지어 말하긴 좋지만,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무용합니다. 진리생성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쏠림도 심합니다. 101개 중 84개 BM이 죄다 플랫폼 관련입니다. 제목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로 지으면 차라리 호도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도, 초식스러운 혁신도 대개 플랫폼 차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쪽에 사례가 많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경영자나 창업가가 참고하여 혁신의 단초를 찾기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활용면에선 복잡하고 번거롭습니다. 막상 내 상황에서 연관된 모형을 찾자면 어렵습니다. 이렇게 말하기엔 그럴듯하고 쓸모는 적은 걸 전 '학자의 프레임워크'라고 부릅니다.  


분석도 좀 아쉽습니다. 가치제안, 수익공식, 핵심 프로세스, 핵심 자원의 공통된 틀로 분석을 시도한건 탁월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 넣고 보면 거의 생산과 운영 측면의 이야기만 있습니다. 즉 혁신의 원천이자 영감이며 싸움판이 되는 고객 단은 통으로 빠져 있습니다. 이해가는건, 여러 회사를 구조적으로 분석하자면 그나마 외부에서 관찰이 쉽고, 구할 수 있는 데이터나 자료가 많은게 생산과 운영 쪽입니다. 하지만 그쪽은 암만 들여다봐도 나의 창조를 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그런면에서 분석도 진리생성엔 도움이 안됩니다. 사후 설명에는 훌륭할지라도요. 


이러니 부작용 한가지가 따라옵니다. 101가지 되는 사례를 아마 제자들 갈아넣어 도움 받아 정리했을겁니다. 그러다보니 각 사례의 품질도 들쭉 날쭉 하지만, 칸채우기 식의 하나마나한 분석으로 점철됩니다. 심지어 핵심 프로세스와 핵심 자원은 제목을 바꿔달아도 읽는데 무리없을만큼 펑퍼짐한 서술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습니다. 읽는게 고역입니다. 훌륭한 구조와 101가지 모델을 정리하겠다는 의욕적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의 형식에 배태된 매너리즘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품이 들었을만한 책이라 장점도 찾아둡니다. 우선 이런 카탈로그형 책은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갈피조차 못잡을 때 책을 뒤지면서 리서치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한데, 국내사례에 진심이란 점도 좋습니다. 알려진 해외 기업들 정리하는 쉬운 길도 있을텐데 악착같이 국내 기업을 담으려 노력한 점이 가상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개정판처럼 최신 사례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Inuit Points ★★★

다시 BM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식만으로 무언가 이뤄지는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보다는 구조적 사고의 틀이 있다면 착안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맞습니다. BM이 뮤즈가 될지 사이렌이 될지는 파도와 싸우는 선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을겁니다.  


책의 용도도 딱 그 지점입니다. 시도는 좋았고, 실행은 좀 아쉽습니다. 자꾸 손가진 않을 것 같고 버리긴 좀 애매하고 그렇습니다. 별 셋 줍니다. 언젠가 알차질 후속개정판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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