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콩쥐팥쥐는 어찌 그리 신데렐라랑 닮았을꼬?
자연스러운 의문임에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곤 했던 질문입니다. 최근 어떤 책을 읽던중 동남아에도 매우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는걸 알고, 본격적으로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전파가 되었을까. 아님 우연인가.
주경철, 2005
여러나라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는 점은,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많은 연구자료가 있습니다. 이쪽에서 유명한 일본 저자의 책도 있는 것 같은데, 전 한국 저자의 책을 잡았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네요.
가장 놀라운 건, 신데렐라의 유사 판본은 1,000 편이 넘는다고 합니다. 채집의 시간적 장구함과 지리적 보편성을 보면 이건 단순히 옆 나라 이야기의 각색 수준은 넘습니다. 전파된 경로는 있더라도, 인간 보편의 감성에 닿아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데렐라는 인류사적으로 유용한 연구주제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면 또 이점이 있습니다. 좀 더 원형을 추적하기 좋습니다. 이런 전통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아론-톰슨(Aaron-Thompson)의 AT분류법이 있는데, 신데렐라는 AT510과 다른 이야기들이 섞여 있습니다. 금-은-별옷 또는 짐승가죽이라 불리우는 AT510B와 한눈-두눈-세눈 이야기도 오버랩됩니다.
그래서 아쉬운건 현재의 신데렐라는 디즈니 판본으로 통일되었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원형이 유지된 그림형제본도 아니고 페로 판본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신데렐라입니다. 페로 판본이 아쉬운건, 외모지상주의, 남성 구원자, 가족애로 메시지의 범주를 축소시키는 한편, 적극성은 처벌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연성화를 넘어 원형을 심각히 왜곡한 판본입니다. 짐작가는 이유는, 전래의 이야기가 거칠고, 까칠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신데렐라로 대변되는 AT510계열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성과 폭력, 그리고 죽음입니다. 성은 오이디푸스적 근친 사랑을 포괄합니다. 질투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각지의 이야기들은 은근히 장식을 두릅니다. 친모는 계모로, 자매는 의붓자매가 됩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성장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결국 왕자를 만나면서 소녀는 성숙해져 자신의 가족을 이루게 됩니다. 따라서 왕자는 구원의 존재가 아니라, 성숙의 졸업장 같은 존재였습니다.
폭력은 고대세계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잔인함에 대한 기준과 역치는 지금과 다릅니다. 게다가, 당시의 기준으로도 수위가 있어야 이야기의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강렬하여 잘 전파되고, 교훈의 효과도 커집니다.
그리고 모든 신데렐라 스토리의 필수 요소, 신발입니다. 신발의 상징은 발이고, 발은 죽음과 연관 있다고 봅니다. 신계-인간계-동물계를 잇는 영매같은 존재로서 신데렐라는 신발을 잃었다가 찾는 과정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극복의 과정이고 그래서 평범한 사람과 다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의 뼈만 추려두면 다소 뜨악한 결론입니다만 책에서 다루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살피다보면 인류 공통의 상징과 스토리란게 있겠다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재미난건, 신데렐라가 그리 여러 나라에 퍼졌지만 유라시아의 이야기란 점입니다. 아프리카엔 없고, 남미도 유럽을 통해 비교적 근년에 전해진걸로 이해됩니다. 그 추정이 인상깊습니다. 유라시아의 영매는 엑스타시 타입, 영혼이탈형입니다. 반면 아프리카는 포제션 타입, 접신 유형입니다. 따라서 신데렐라 이야기는 아프리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을거라 여겨집니다.
Inuit Points ★★★☆☆
진화하는 인류와 동행한 천년의 이야기는 무언가 특별합니다. 강력한 공감 요소, 잠재적 열망과 욕망, 두려움과 용기까지 동굴에서 고층건물로 거주지가 바뀌어도 유구히 따라오는 끈적함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다른 이야기들은 이 정도로 융성하지 못했습니다. 신데렐라는 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났습니다. 별 셋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