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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Nov 12. 2021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리뷰

'눈뜨면 없어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같은 제목의 연장선에 있을듯한 책입니다.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손에 가지 않을 책을 굳이 검색해서 읽었습니다. 바로 저자가 에픽테토스기 때문입니다.


에픽테토스, 1세기


전에 '스토아 수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가 에픽테토스였습니다.


노예 출신으로 주인에게 상해를 당해 절름발이가 되고, 나중에 해방된 이력이 독특합니다. 인신구속의 관행이 있던 당시는, 당대나 선대에 빚을 지거나 전쟁에 지면 노예가 되고, 적당한 구실이 있으면 해방도 되는지라 인품과 재능이 뛰어난 노예도 많았습니다.


자유가 속박된 현자 에픽테토스는 노예 생활을 하며 인생과 운명에 대해 종일 곱씹었을겁니다. 그가 해방된 후 절제, 정의, 지혜, 용기를 네가지 기둥으로 삼는 스토아에 입문한건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겁니다.


이 책엔 나오지 않지만, 에픽테토스의 삶을 바탕으로 그의 말을 이해하면 더 온전해집니다. 수많은 단상들의 기초는 이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수 없는 것을 구분해라.
할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다하라.


이 단순한 말의 위대함은 세세함에 있습니다. 토스형에게 '할수 없는' 건 육신, 재산, 명예, 권력입니다. 많은 욕망의 결과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하는 순간 괴로와집니다. 심지어 말합니다.

아내와 자식의 수명은 내 소유도 권한도 아니다.

반대로 할 수 있는건 생각, 노력, 욕망, 혐오입니다. 에픽테토스 명언의 꽃들도 이쪽에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게 해를 끼칠 수 없다."
"모욕감은 내가 허락해야 일어나는 감정이다."
"내 몸을 아무에게나 주지 않으면서, 왜 내 마음은 남의 장단에 놀아나게 둘까."
"내가 다리를 절지언정, 마음은 절지 않는다."

결국,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 못해 괴로워하고, 통제할 수 있는건 통제하지 않아 또 괴로와하는게 인간입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은 필연적으로 운명애(amor fati)에 닿는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의 배우다.
어떤 역할을 맡게 되든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면 극작가가 만족할것이다.
자기 연기는 하지 않고 남의 배역만 질투하고 있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제가 이 책을 보며 가장 가슴 뜨거워진 말로 마무리합니다.

내게 닥칠 모든 일을
기다리고 있었노라.    


Inuit Points ★★★☆☆

원래 제목은 엥케리디온(enkeiridion)입니다. 영어로는 manual, handbook, 우리말로는 편람 정도 됩니다. 늘 손 가까이 두고 펼쳐 읽는 내용이란 뜻이지요. 실로 그러합니다. 휘리릭 읽으면 한시간도 안 걸리지만, 실천하며 읽자면 평생도 모자랍니다. 같은 구절을 언제 어느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도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낮 볕과 황혼의 볕이 결이 다르듯이요.

책의 지향점은 하나입니다.

안으로의 자유, 밖으로의 불굴.

몸으로 견뎌내며 얻은 인생의 진실. 그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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