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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Nov 19. 2021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을 위한 디자인북

리뷰


요즘 미술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은 제겐 여태까지 가장 중요한 생각도구입니다. 최근 스케치 노트를 시도해 보면서 조금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곰손 정도는 되고자 꾸준히 연습하는데, 즐겁고 재미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제목만으로도 '이건 사야해'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책입니다. 

Non-designer's design book: Design & typographic for visual novice

Robin Williams, 2015 


책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습니다. 디자인 4대원칙, 색배합, 그리고 글꼴 사용법입니다. 


이중 디자인 4대원칙이 로빈 윌리암스를 유명하게 만든 그 강령이지요. 

Contrast: 중요하고 흥미로운 요소에 위계를 설정하라

Repetition: 일관성을 유지하되, 그 리듬 속 시각적 흥미를 찾아라

Alignment: 강력한 외곽선을 찾아라. 

Proximity: 같은 결의 이야기는 뭉치고 붙여라. 

물론 디자인 하는 사람은 익숙할 개념이고, 디자인 모르는 사람도 은연중 알고 있거나 들으면 수긍할만한 내용입니다. 저 넷을 동시에 고집스럽게 적용할 때 빛을 발합니다. 

특히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는 마법같습니다. 나였다면 아무 생각없이 했을 배치, 지금도 매일 목격하는 평범한 레이아웃들에 저 CRAP이라는 디자인 원칙을 공들여 적용하면 놀랍게 보기 좋아지는 경험을 페이지마다 합니다. 


이중에서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건 정렬(alignment)입니다. 윌리암스는 주장합니다. 

가운데 정렬 함부로 쓰지 마라.
무기력한 인상을 준다.
정확한 목적과 효과를 계획하여 의도적일때만 써라. 


색상환(color wheel)도 경이로왔습니다. 미술하는 사람은 당연히 알고 있을 개념이겠지만, 저같은 문외한에겐 깨달음이 컸습니다. 3원색에서 보색으로 6가지 색을 만들고, 다시 각각의 중간색을 만들면 딱 12개입니다.

색상환의 원리보다 이를 통한 배색(combination)의 원리를 배웠습니다. 보색 배합, 나뉨 보색(split complementary colors), 3색(triadic colors), 유사 배색(analogous colors) 그리고 단색 배색(monochromatic combination)까지. 눈에 편한 배색의 이유를 알게 된 점이 좋았습니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에 왜 그런식으로 색상환과 팔레트가 있는지도 알게된건 덤이고요. 


마지막은 폰트입니다. 

Old style, modern, slab serif, sans serif, script, decorative라는 여섯개 활자꼴 패밀리과 이것을 모아쓸때 대비를 주는 여섯가지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Size, weight, structure, form, direction, color입니다.

이 부분도 글꼴을 무척 좋아하는 제겐 즐거운 발견이었지만, 한글에선 막상 적용할 점이 거의 없으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한글 글꼴은 아직 variation이 한참 더 필요하구나 느꼈습니다.  


윌리암스가 책에서 내내 강조하던 부분중 꼭 새겨둘 점은 이거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잘 못하는 부분이지요. 

과감해지세요
공간이 텍스트에 갇히지 않고 빠져나가도록 길을 터주세요.


Inuit Points ★★

얇은 책이지만 사례가 많아 휙휙 넘기기가 아깝고,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뇌가 시각을 처리하는 원리를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에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를 실전적으로 잘 정리해둔 책입니다. 

 

번역도 깔끔합니다. Proximity(인접)을 뜬금없이 '배치'라 의역한 점 빼곤 전체적으로 잘 읽힙니다. 그리고 한글 글꼴에 대해 소개하려고 역자가 개인적 노력을 더한건 가상합니다. 별 넷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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