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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Dec 10. 2021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리뷰

아 이젠 포기다.

비주얼 씽킹과는 사유의 높이가 다른 디자인 씽킹입니다. 디자인 관점을 녹여 비즈니스의 전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BP나 전략을 하는 저로선 디자인 씽킹 또한 하나의 색채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부를 부각해야할 상황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경영서적을 읽던중 종종 언급이 됩니다. 서비스를 예리하게 가다듬거나 신규 제품의 착안에 효험을 봤다는 증언을 연거푸 듣고는 한번 공부해봐야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 책들을 다 읽어봤는데 흡족하진 않습니다. 

Design thinking for strategic innovation: Why they can't teach you at business or design school

Idris Mootee, 2013


이유는 이래요.

디자인 씽킹 자체는 훌륭한 개념입니다. 고객사용자 경험이라는 지고선을 잊지 않고, 필요한 경영적 노력을 다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통섭적이고 일관되므로 잘 쓰면 효율적인 사고의 틀입니다. 


대표적으로 P&G의 성공도 이 부분에 기인하지요. 역시도 내부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외부로 향하는 시선을 고정하는데 디자인 씽킹 프레임워크를 통해 도움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디자인씽킹을 책으로 배우기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학문적 프레임워크라 설명이 어려운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출판사업으로서의 디자인 씽킹 문제는 사사로움이 끼어들면서 생깁니다. 이부분에서 저자 무티의 이야기는 새겨둘 만합니다.

"디자인 회사나 브랜드 에이전시, 디자인 스튜디오는 고객에게 세상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컨설팅 파트너가 시장전략, 사업포트폴리오, 시장지배력, 산업역학, 채널효율, 자본집약도 같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실망할지도 모른다." 

즉 주로 마케팅 부문이 강조하는 객체이자 주체인 고객중심을 디자인이 끌어다 쓴 것을 제외하면, 그 외 경영 부문에 정통하지 않은 채 모든걸 디자인 하나로 설명하기에 역량이 불급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읽은 중에서도 '디자인 씽킹 바이블'을 쓴 로저 마틴이나, 이 책을 쓴 이드리스 무티 정도가 경영과 디자인을 넘나들지 나머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지 디자인에서 출발해 경영에 성과를 가져다 준다고 약속하는게 확률이 많이 떨어집니다. 뒤에 잠깐 다시 언급하겠지만 심지어 이 책의 역자도 그런 경우지요. 


디자인 에이전시가 디자인의 외연을 확장하며 컨설팅으로 밥벌어먹기 위한 브로셔로 디자인 씽킹을 들여오는 한 실패는 예정되어 있습니다. 경영을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회사도 가치의 전달과 구현에서 성공률이 낮은게 현실이니까요. 경영 자체가 복잡계이며 복합적 요인과 그 안에서 생기는 인적 비선형성을 다루는 문제라 쉽지 않은겁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지향점은 수긍이 갑니다. 흔히 말하는 B스쿨(business school)과 D school(design school) 어디서도 가르칠 수 없는 교집합을 다룬다는 하버드의 과정을 언급합니다. 딱 여기까진 좋은데, 속 시원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디자인 씽킹 10대 원칙이나 디자인 씽킹 솔루션이라고 하는것도 일반적인 경영 혁신에서 많이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실은 그쪽이 더 세부적이며 실용적이지요. 책 말미의 디자인 씽킹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이 그나마 볼만큼 재미있었습니다만, 비즈니스 모델 개선과 혁신은 경영에서도 핫한 주제라 더 세부적이고 함의가 풍부한 방법론이나 사례가 더 많습니다. 책에 소개된 내용으로 국한하면 이건 10년 전 스토리입니다. 결국 이 책 마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입학 안내서에 머무는 느낌이었습니다. 


Inuit Points ★★

그래도 디자인 씽킹 책들의 장점은 책이 이쁘고 시원시원하다는 점입니다. 그건 정말 인정합니다. 미려하고 그래픽 요소도 훌륭합니다. 게다가 무티는 자기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고 쓴 편이라 책은 읽어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별점 두개를 줬습니다. 제가 별점 3 미만 주는건 비추에 해당하는데요. 이유는 발번역입니다. 책의 첫머리 읽다가 번역이 이상해 원문을 확인하니 저번 '디자인 씽킹 바이블'의 그 역자입니다. 번역빌런이라할 정도입니다.


이를테면, 경영관련 글에 빈번히 나와서 대응되는 우리말이 정해져 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되는대로 번역해두니 읽는게 매우 불편합니다. '디자인 씽킹 바이블'도 그렇고 무티의 책도 뜻이 애매할 때마다 원서와 대조하며 읽어야해서 불편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된 건 정말로 심각한 번역이란 점입니다. 예컨대 framework도 체계, structure도 체계, system도 체계로 번역합니다. 더 원초적으로는 what you see 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뭘 보고 있나?' 의문문으로 번역하거나 few같은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해석하는 등 기본적 글조차 오역의 문제가 심합니다. 이런 함량 미달의 책은 나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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