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점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wny Taewon Kim Dec 17. 2021

린 스타트업

부제: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IT 창업 가이드

대형마트가 와인 라인업을 강화한 이후로 동네 와인샵은 고사해 버렸지요. 개성있고 취향 맞는 와인을 고르는 재미는 확실히 와인스토어가 낫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침 얼마전 집 근처에 와인샵이 생겼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구경을 갔어요. 아 근데..


착해보이는 사장님(처럼 보이는 나이지긋한 분)이 응대를 해주시는데 전혀 장사할 준비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길건너 대형마트에서 파는 똑같은 와인보다 60% 정도 비싼 가격입니다. 그건 차치하고, 손님 맞이 대화가 기계적이라 용산 휴대폰 상가에 온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대충 둘러보고 나오면서 '아, 이 집 석달을 못넘기겠구나, 생각 했습니다.  


종종 의외로 준비 안된 상태로 거금을 들여 영업을 시작하는 집이 보이죠? 그런데 스타트업도 그런데가 많습니다.

Running lean

Ash Mauriya, 2012


우리나라에 번역된 '린 스타트업'이란 제목의 책이 두권 있습니다. 하나는 에릭 리스고 나머지는 이 책 애쉬 모리아입니다. 이 중 에릭 리스가 린 스타트업이라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었으니 원전이고, 이 책은 그 하위 문제에 집중하는 책입니다. 원제 그대로 running lean, 린 하게 운영하는 법입니다.


모리아가 리스의 방법론에 반해서 스스로 적용하며 '린 캔버스'를 블로그에 공개했고, 그 내용이 많이 알려졌지요. 이후, 모리아가 린 캔버스로 책을 준비하는 중 에릭 리스가 제안하여 린 시리즈(lean series)의 일원으로 승선합니다. 길게 적는 이유는, 이 책에 '린 스타트업'이란 이름을 붙인 출판사가 매우 치졸할뿐더러 약간은 기망의 느낌마저 들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책은 린 스타트업을 실전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합니다. 이건 린 시리즈 유니버스에 기여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리아를 모리아로 만든 내용, '린 캔버스'가 핵심입니다.


린 캔버스는 저도 즐겨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뜯어 고친겁니다. 근데 아주 잘 고쳤습니다. 스타트업엔 비즈니스모델 캔버스보다 린 캔버스가 활용도가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BM 캔버스에서 린 캔버스의 변화점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서 모리아는 네 군데를 갈아끼웠습니다. KP, KR, KA라는 오퍼레이션 쪽 모두와 스타트업에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적은, 혹은 템플릿처럼 쓰다가 잘못 적용하기도 하는 CR을 들어냈습니다. 대신 VP 한칸에 때려넣던 '문제와 해결'을 따로 떼내 부각을 시켰습니다. KM은 실은 KA의 명사버전입니다만 잘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KA에 KPI 적으라고 말하곤 하니까요. 마지막 CR대신 들어간 UA가 전 제일 마음에 듭니다. Unfair advantage라는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해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하도록 요구합니다.  


책의 진가는 여기까지고 이게 모리아를 널리 알린 내용이지요. 나머지는 사골국입니다. 포스트 몇 개 분량의 내용을 책 한권으로 우려냅니다. 근데 이것도 잘 우렸습니다. 그냥 희석시키면 일본 실용서인데, 저자는 많은 재료를 계속 넣어가며 우려냅니다. 책의 대부분은 린하게 운영하는 방법, 린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실용적인 인터뷰 스크립트를 많이 실었습니다. 그래서 따지고보면 별 내용 없이 분량이 늘어났지만 현업에서는 좋은 참고가 되는 내용이라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인상깊게 본 내용은 두가지입니다.

PMF가 이뤄졌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모리야는 션 엘리스 테스트를 추천합니다. 이 제품이 없다면 어떻게 느끼겠냐는 설문에 '매우 실망'이 40%이상 나오면 PMF가 달성 되었다고 본다는 거죠. 교조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괜찮은 참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진통제의 요건입니다. Must-have, viable, feasible. 이건 써놓고 보면 당연한데, 실제 현장에서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헤메기 쉽기 때문에 좋은 만트라라고 여겼습니다.


Inuit Points ★★★☆☆

오랜만에 상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쓸만한 포인트가 있고, 경쾌하게 읽히며, 깔끔하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사업해보며 적은 글이라 실용적인 조언도 많습니다. 그의 핵심주장은 린 사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학습을 더디게 하는 모든 건 배제하라. 린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 없다.

별 셋 주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