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점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wny Taewon Kim Dec 24. 2021

내러티브 앤 넘버스

리뷰

 DCF는 회계사에게 허락된 유일한 창작 플랫폼이다.


제가 종종하는 농담입니다. 

가치평가의 방법 중 가장 정교한건 DCF(현금흐름 할인법)입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누구든 내게 충분히 긴 지렛대와 튼튼한 받침점만 주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다'고 했던가요. 저도 마찬가지로 어느 기업이든 연도별 미래 현금흐름과 할인율만 주면 기업가치를 매우 정확히 산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현금흐름과 할인율 모두 지나치게 유동적이란 점이죠. 물리법칙처럼 정교한 현금흐름법이지만 재료의 정확성에 온전히 기대므로, 공식의 정교함은 그자체론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DCF로 기업가치평가를 해달라면 이렇게 물을수도 있습니다. 
 "얼마를 원하시나요?" 


느끼셨나요? 전 DCF는 믿지만 DCF로 가져온 가치는 잘 못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Narrative and numbers: The value of stories in business

Aswath Damodaran, 2017


'아, 이렇게 DCF 잘쓴는 사람 처음 봤다.'


책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내용은 비즈니스 스토리의 가치를 매기는 법입니다. 솔직히, 이 야심적 목표를 들었을 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자세였습니다. 적당히 스토리텔링 이야기하고, 적당히 가치 평가 이야기 한 다음, 스토리가 가치평가에 중요하다.. 뭐 이런게 이런 부류의 전형적 전개니까요. 


실제로 처음 몇 챕터는 제 예상과 맞았습니다. 스토리텔링의 구조, 5막구조, 기승전결, 신화의 얼개 같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말이죠. 아, 스토리를 가치환산하는 5가지 스텝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내러티브의 value driver와 기업가치간의 정량적 환산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이게 뭐지?' 하며 고쳐 앉았습니다. 시장 점유율에서 매출 추정, 이익과 재투자까지 감안해 잉여현금흐름(FCF)을 구하는 각 단계에서 비즈니스 스토리 텔링이 갖는 내러티브 별 연관 포인트를 잡고 가치 평가에 감안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이거 진짜네. 

뒤로는 눈에 하트 뿅뿅하며 읽었습니다. 따분한 재무모형, 그것도 가장 쓰기 어려운 DCF 방법의 가치동인과 그 복합적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동적으로 다룹니다. 그래서 현장에 넘쳐나는 스토리와 숫자의 결정론 간 교점을 잘 짚어냅니다. 매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Inuit Points ★★★★★

스토리는 허구 속에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정량화는 진실 속에 허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둘은 다른듯 유사합니다. 스토리의 진실과 숫자의 환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꿈, 희망, 미래와 도전이 있습니다. 책은 내러티브와 숫자를 이야기하지만 이 책은 재무책에 가깝습니다. 스토리텔링 책으로 읽으면 기대는 반도 안 찹니다. 하지만 현금흐름할인법 책이라면, 지금까지 제가 본 중 최고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내공은 인정할만합니다. 풍부한 케이스스터디나 예제들은 스토리와 숫자가 만나는 지점, 그 교묘한 트릭과 분석가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번민은 배울점이 많습니다. 별 다섯 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린 스타트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