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you don't have to hire a CFO early
Eternal september, 영원한 신학기 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문화나 규범(norm)이 익숙해질 만할 때, 신입생이 대거 들어오고 다시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영원처럼 반복된다는 말이지요.
제가 스타트업 씬에 몸담고 딱 하나 잘 한게 있다면 이 메시지를 널리 퍼뜨린 겁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CFO 뽑지마라.
대신 CFO가 꼭 필요한 일만 배워서 지금 인원으로 때워라.
지금은 그래도 상식처럼 이야기 되지만, 5년전 쯤만해도 분위기는 좀 달랐어요. 프리A 정도 받아도 그 돈으로 CFO 뽑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급하고 아쉬운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제 기준에선 안타까운 일이고, 그걸 막고자 강의를 만들기도 했지요. "배워서 때우는 스타트업 CFO".
왜 안타까운지는 자명합니다. 좋은 CFO가 역할을 할 시점이 스타트업과는 조금 안 맞을 때가 대부분이라서입니다.
우선 CFO라는 역할은 통합적 능력의 끝판왕입니다. 아마 CEO 다음으로 종합적인 사고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재무나 회계의 전문성까지 보유해야 합니다.따라서 적합한 인재 풀은 매우 작고 그 인재가 스타트업까지 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혹여 그런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당히 높은 연봉과 보상, 그리고 같이 일할 팀까지 꾸려주면 회사의 상당한 자원이 투여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게 이게 꼭 필요한지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마치 초등학교 산수 푸는데 공학용 계산기 가져온 꼴일 때도 있어서요. 설사 재무적 여유가 있더라도, 초기 단계라면 시장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투여하는게 맞지, CFO 기능에 투여할 건 아닙니다. 만일 중간에 안맞아서 헤어지고 다시 셋업하는 경우 시간, 금전, 에너지, 조직 자원의 낭비인데, 실제로 안 맞는 경우가 또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CFO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낄까요. 상황마다 다르지만, 패턴은 비슷합니다.
A.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기 위해선 능력 있는 CFO가 있어야해. 왠지 지금 팀으론 버거울 거 같아.
B. 일에 집중하려면 이걸 전담으로 하는 CFO가 있는게 효율적일거야. 투자만 좋은 밸류로 받으면 연봉은 쉽게 커버되니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지.
C. 뭔가 재무와 회계는 어렵고 골치아파. 그냥 깜깜이로 가는건 너무 겁나고 불안하다. 이런걸 별도로 봐주는 전문가가 있으면 훨신 탄탄해질거야.
맞는 말이고 공감가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A. 우선, 투자 유치는 CEO의 중요 임무(job)입니다. 'CFO 뽑으면 믿고 맡긴 후 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는 아니란걸 해보면 압니다. IR 프로세스의 실무와 연락, 미팅 등은 CFO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펀딩과정의 부가가치로 보면 CEO의 몫이 대부분입니다. 회사의 미래(로드맵)와 정체성(DNA)이 한 몸에 구현되어 있고, 잠재적 투자자와 대화 속에서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도 CEO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CEO를 보고 투자하지 CFO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투자관련해서라면 CFO는 갑옷일 뿐 엔진은 아닙니다.
B. 너무도 당연한 소리지만, 투자유치로 유입된 현금은 자본이지 이익이 아닙니다. 그돈으로 비싼 연봉 치르면 손실로 고대로 찍힙니다. 그런관점에서라도 CFO가 자기 연봉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시점은 큰 재무자원을 만지며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할때란 점만 확인될 뿐입니다.
C. 재무와 회계의 리스크를 오픈하고 가는건 큰일 날 소리지만, 반대로 CFO가 있어야만 막아지는 리스크란건 특히 초기단계엔 많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재무관리의 룰과 현금 흐름을 가시화하고, 편딩의 시점과 기대 밸류를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근데 이건 CFO가 없어도 할 수 있고, 해야 하고, 대개 해내고 있는 일들입니다.
외려, 능력 있는 CFO를 들여와도 막상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선 딱히 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투자 유치 정도로 명분 있는 일 말고는 누가 해도 되는 자잘한 일입니다. 일에 사람을 맞추는게 아니라 뽑은 사람이 있으니 거기다 일을 채워서 배정하는 식으로 귀결되죠. 좋은 재질의 CFO라면 스스로도 못 견디고, 회사차원에서도 장군검으로 당근 다듬는 듯한 자원의 낭비가 됩니다.
그래서 스케일업 하기 전인 스타트업 단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다음편에서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강의가 금번 8/4 (목)에 있습니다. 몇자리 오픈되어 있으니 신청하실분은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