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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Aug 06. 2022

보이지 않는 중국

지식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건물로 비유하면, 기둥 같은 지식, 바람벽, 벽지, 바닥재, 서까래, 현관문 같은 지식처럼 다양합니다. 이중 기둥같은 지식은 그 위에 다른 지식을 올리는 기초가 되지요.  


이 책은 제가 세상 보는 한가지 관점을 바꿨기에 기둥이 된 글입니다.

Invisible China

(부제)  How the urban-rural divide threatens China's rise

Scott Rozelle, Natalia Hell, 2020


중국의 교육수준이 매우 낮다.


식자치고 이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한국 뺨치는 교육열에 미국 유학생의 다수지분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 이미 그들이 졸업해서 취직하고 창업하고 여기저기 출몰하는데 말입니다. 온 세상 AI 개발자나 크립토 개발자의 반은 아마 중국에 있을테고요.


하지만 중국의 교육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실은 '혁신의 시작'에서 공부의 실마리를 찾은, 중진국의 덫(middle income trap)에 대해 더 읽으려 집은 책입니다.

국가가 성장할때 자본스톡과 노동이라는 요소로 성장을 한다.
하지만 두 요소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확체감의 시점이 되면 사회의 모든 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나타나면서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다.
이를 돌파하는 해법은 혁신과 창의성으로 표방되는 생산성의 도약이다.

이 개념을 주창한 제프리 개럿의 연구에 따르면, 1960년에 중진국이 101개국 중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딱 13개 입니다. 나머지는 중진국의 덫에 빠져있거나 외려 더 퇴행했습니다. 탈출에 성공한 13개국도 실은 더 조금입니다. 원래 잘 살다가 그 당시 경제가 눌렸고 이후 다시 원상으로 간 구소련 몇개국과 EU 가입으로 얼결에 잘살게 된 나라를 빼면 딱 아시아 4개국이 유일하게 성공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겁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중진국을 빠져나온 나라의 공통점은 고등학교 교육수준입니다. 고교 진학률이 50%를 넘지 않은 나라에서 탈출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은 90%를 넘어 100%에 육박하는데 말이죠.


이게 대학 진학률도 70% 를 찍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해하기 곤혹스럽습니다. 대다수가 고등학교를 안 갈 수 도 있다고? 그것도 우리랑 유사점이 많고 권위주의적 정부인 중국에서?


답은 실제로 그렇다입니다. 바로 안보이는 중국(invisible china)인 농촌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일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은 서방세계의 렌즈에 잡히는 대도시입니다. 달의 앞면 같은 중국의 대도시는 한국 일본 뺨치게 잘살고 잘배웁니다. 하지만 농촌은 다릅니다. 농촌의 고교 진학율은 30%를 넘을 기미가 안보입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이면입니다. 문혁으로 가뜩이나 척박한 농촌의 지식 인프라를 박멸한 상태에서 도농간 경계를 짓습니다. 농촌은 직업학교 제도가 있는데, 가짜 학생을 등록해 돈만 타먹거나, 있더라도 주판, 공중전화 수리, 비디오플레이어 수리 등 20년전 커리큘럼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가 그나마 건전한 곳이랍니다.  


더 유년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정도 되는 농촌의 아이들은, 건강문제를 심각히 겪고 있다고 합니다. 빈혈, 근시, 기생충입니다. 가난하기도 하지만, 탄수화물로 때우는 식습관, 안경과 구충제를 사악하다 터부시하는 미신적 문화 등이 원인입니다. 60%의 농촌 아이들이 이 셋 중 하나 이상의 문제를 겪고 세가지 요소 모두, 학습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실제로 책의 연구진이 철분제, 안경, 구충제만 처방해도 성적이 뚜렷이 오른걸 확인합니다.


생후 몇개월 영아로 거슬러가면 더 끔찍합니다. 아이들이 발달이 저해되어 상당수가 IQ 90도 안되는데 이유가 가관입니다. 시골에선 갓난아이에게 말을 안건다고 합니다. 가난하거나 사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말 못하는 아이에게 말 거는게 문화적으로 생경하고, 애기에세 말거는 살가운 사례를 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생후 3년간 도시아이들보다 3천만 단어를 덜 듣고 자라는 농촌 아기들은 상호교감을 통한 사회적 학습에서 결정적으로 늦되고 평생 못 쫓아갈만큼 뒤에서 출발합니다. 반면, 브라질의 사례를 참고해 연구진이 고용한 사람이 애기들 말만 꾸준히 붙여도 금방 나아진다니 그저 놀랍습니다.

 

중국이 그래도 대국이고 국부가 상당한데 이게 말이 될까요. 그렇습니다. 두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커우라는 카스트 제도가 첫째 이유고, 지방분권제에서 예산 집행  항상 밀릴  밖에 없는게 보건, 교육, 영양이기 때문입니다. 관료들은 빨리 눈에 띄는 성과를 내어  좋은 데로 가고 싶기만 합니다. 누가 큰맘먹고 장기적 인프라에 투자해도 다른 도시 좋은 일만 하는 격이라 어렵습니다.


이제 제가 왜 기둥 이야기를 했는지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중국이 아마 어떤식으로든 해결에 나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고 낙관적으로 풀려야 15년 후에나 고등교육이 보편화됩니다. 하지만 잘 안풀리면 더 오래 걸릴 것입니다. 즉, 현재 G2라는 중국의 지위가 변하지는 않지만, 성장의 추세는 체계적으로 멈췄다는걸 알게 되었고 앞으로 제가 세상보는 관점은 이 기둥위에서 이루질것입니다. 관측 포인트도 명료해졌고요. 예컨대, 허커우의 정책변화 추이, 농촌의 보건, 교육 보급률, 도시 범죄율, 갱단 박멸 소식 등이겠지요.


Inuit Points ★★★★☆

저자의 목소리 톤이 재미납니다. 첫째는 정교한 반박입니다. 이 이야기를 오래 해 오면서 항상 듣는 반론, 항상 청자가 놀라는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책읽다 '근데..' 하고 생각하자마자 글은 바로 답을 합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리고, 왜 그리 중국에 대한 애정이 큰지 모르겠자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중국 정부 이거 안하면 너네 큰일나. 제발 내말좀 들어줘.'


세계인구의 1/7의 문제고,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와 군사적으로도 난마 같이 얽혀 있는 중국이니 재앙적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안좋습니다. 그래서 시선이 복잡해집니다. 중국 정부가 이대로 실행해서 더 큰 슈퍼 파워 울트라 괴물이 되는것도 마뜩찮고, 지금의 구조적 문제를 풀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져 동네 패악질에 민페를 끼쳐도 안되고, 참 골디락스 포인트로 가면 좋겠다고 바라만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대만은 항상 시선을 돌리고 내부를 결집하는 소재입니다. 전세계는 여파로 고통받건 말건이죠.


국가성장론으로 관심을 갖고 읽었지만 교육에 대해 많이 배운 재미난 독서였고 별 넷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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