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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Aug 20. 2022

혁신의 시작

혁신. 

중요해서 남용되니 인플레이션을 겪어 클리셰가 된 듯합니다. 하지만 혁신은 삶의 여러 층위에서 중요합니다. 

개인에게 혁신은 생산성과 삶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선 다단 로켓과도 같죠. 발사 후 속도가 사그라들때 2단 로켓으로 부스트를 해주지 못하면 추락하는 운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개인수준의 창의력, 사고방식의 유연화, 기업수준의 집단적 창의력, 디자인 씽킹, 개방형 혁신과 창의적 조직 등에 관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아직도 공부하는 중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21 


국가수준의 혁신에 관한 책입니다. 

성장방정식은 거시경제의 중요한 공식입니다. 신고전학파의 솔로우 모델에서 경제 성장의 방정식을 찾아낸게 자본스톡과 노동인구란 양대 요소 투입에 의한 경제성장론입니다. 경제성장의 수식화를 시도한 점, 얼추 설명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거시경제의 한가지 토대를 닦았지요. 


허나 솔로우 모형은 이내 문제에 봉착합니다. 생산성의 수확체감입니다. 즉, 자본과 노동이라는 요소의 생산성은 규모가 커질수록 체감합니다. 마찰에 의해 멈추는 무동력 궤도차 같죠. '모두가 언젠가 죽는다'에 상응하는 비관적 운명입니다. 이는 실제로 확인된 사실이고, 중진국의 함정 (middle income trap)이라 부릅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 솔로우 모형의 한계를 능가해 추가적 성장을 하는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한계점을 넘게 한 숨은 팩터가 혁신입니다. 즉, 요소기반 성장이 외연적 성장이고 한계생산성이란 장벽이 되지만, 혁신은 기존 요소의 생산성을 다시 올려 추가적 생산력, 성장의 여력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성장엔진(growth engine)이라 부르며 내포적 성장론이 수식화 됩니다. 


우리나라는 열심히 했고 운도 좋았습니다. 전쟁 직후 차관에 의한 자본스톡과 값싼 노동력으로 급히 선진국을 추격했고, 땅팔아 대학보내는 높은 교육열과 혁신적 기업의 대거 등장으로 간신히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난 역사적으로도 드문 사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도 많고 개선할 점도 많지만요. 


이 책은, 국가경제성장의 내포적 요소인 혁신만 딱 떼어 서술한 책입니다.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수요측면과 공급 측면이 있습니다. 

수요측면은 규제와 시장 규모입니다. 시장 규모는 내수와 수출인데, 우리나라는 내수의 협소함을 수출로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콘웰 컨센서스 이후 GVC(글로벌 생산 체계)가 블록화되면서 생산의 비용과 수출의 규모에 위협이 생겼습니다. 


공급측면은 인적자본, 기술융합 그리고 공정하고 유연한 제도입니다. 저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술융합 부문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개선의 여지가 많지요.

우선 인적자본은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규모 변화 그리고 교육입니다. 놀랍게도, 노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거라는 통념은 반박됩니다. 고령인구의 질이 좋아 노동인구 자체는 시급히 모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 노동인구가 청년노동인구를 구축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다릅니다. 즉, 창의적이고 시대변화에 맞춰 따라갈 수 있는 유연한 노동층인 청년노동계층이 고사당하는게 위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인적 자본인 30~40대 여성의 경력단절도 큰 요소입니다. 전반적으로는 교육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인력이 배출되는 토대가 교육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높지만 창의적 사고와 혁신의 수용성에선 월드탑은 아닙니다. 


제도는 가장 뒤떨어진 부분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선 세가지를 꼽습니다. 이익과 손해의 주체가 동일해야 한다는 점, 경쟁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혁신을 발목잡는 규제에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재미나게도 차등의결권을 긍정합니다. 어차피 재벌의 계열사도 소수지분이 다수 의결을 하는 장치인데 스타트업의 차등의결권을 막을 이유가 뭐냐는겁니다. 창업자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보장해 경영안정성을 보장하되, 방만하면 바로 민사소송이 아주 쉽게 이뤄지도록 만들면 되지 않냐는 것입니다. 전 사실 이부분에서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경영일선에 있는 저보단 고루할거란 경제학자 이미지가 있었는데 신선했습니다.

 

결국, 혁신의 문제는 개인, 기업, 국가라는 세가지 층위에서 작용합니다. 개인이 잘하면 기업이 잘되고 결국 국가가 잘될겁니다. 하지만 점층적 사고는 집합적으로 모일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규제나 교육, 노동인구에 대한 정책 등에 막혀 개인과 기업의 창의력 총합에 못미치는 혁신성에 머물게 되니까요.  


결국 잘 살기 위해선 좋은 제도를 가져야 하고, 좋은 제도를 갖기 위해선 좋은 정부와 관료를 가져야 합니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국가경제의 성장이란 면에서 생각해볼 점이 많습니다. 단지 돈을 뿌리고 억지 일자리를 창출해서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Inuit Points ★★★

전 공학과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처음 한국경제성장론을 배울때의 놀라움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열심히 살면 잘살겠지 하는 막연한 경제성장이, 실은 어떤 공식이 있고 정책은 그 공식의 변수를 조정하는 내용이란걸 알고 깨달음이 컸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그 강의를 해주신 분이 경제학 수재로 경제관료를 역임하신 교수님이었습니다. 그분이 지금 기재부.. 덕분에 과거의 기억과 함께 한국경제의 한계와 강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책은 여러 저자가 각자 전공 분야 별로 서술되었습니다. 경제성장론이라는 꾸러미의 테마에 충실하면서도 내용과 방향은 좌에서 우로 꽤나 광폭입니다. 원래 경제학이 한편으로는.. 다른편으로는.. 이러면서 통일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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