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o quiero
que mi amor te defienda
그러나 내 사랑이
널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이 한 문장에 이끌려 읽게 된 시집입니다.
Odas elementales
Pablo Neruda, 1954
파블로 네루다.
이름은 귀에 익지만 딱히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예전 시인입니다. 영화 'Il postino'의 주인공이라니 아, 하지만, 동남아에 머물 때 인간적으로 몹쓸짓 한 부분은 정이 싹 가십니다. 그러나 시는 기가 막힙니다.
송가(ode)라는 형식을 빌어 사물과 관념을 지저귀듯 노래합니다. 하지만 마냥 자연과 사상을 노래하는게 아니라 줄기차게 민중에 대한 마음이 뚝뚝 묻어 있습니다.
비에 대한 송가
가난한 이들의 방에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그곳에서 넌 아름다움의 가면을 벗는다.
투명한 유리단검처럼
넌 적대적이다.
불에 대한 송가
말없는 노상강도
양파 삶는 요리사.
원자에 대한 송가
세포를 살해하기 위해
원자여, 그들은 너를 이용했다.
국가를 전복하는 일에,
사랑을 검은 고름집으로 바꾸는 일에
그리고 인간과 사회의 관찰을 통한 통찰도 빛납니다.
빵에 대한 송가
인간의 활력
반복된 기적
삶의 의지다.
책에 대한 송가
책이여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넌 도서관으로 돌아가렴
난 거리를 걸을테니
난 삶에서 삶을 배웠고
단 한번의 입맞춤에서
사랑을 배웠다.
삶에 대한 송가
삶이여
넌 포도밭 같다.
넌 빛을 모아두었다
포도송이로 바꾸어
나눠준다.
그리스에서나 쓰던 송가(ode)를 현대에 되살렸다는 평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Inuit Points ★★★☆☆
몇 단어의 조합으로 단박에 시공간을 넘나들고, 원자까지 줌인 했다가 지구레벨까지 줌아웃하는 그의 언어는 분명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아재나 꼰대 특유의 느낌도 강합니다. 매우 자주 시적 대상을 여성화하고 더 나가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20세기류 징그러운 탐미주의가 전 불편했습니다. 또한 민중과 연대함을 주구장창 표현하지만, 그 시선이 동류적이기보다는 긍휼적입니다. 당시 주류 문인과 선을 그으며 '난 저들과 달라'라는 자뻑도 심합니다.
물론 이십대 초반에 외교관이 되고, 평생 국민의 사랑을 흠뻑 받아 대통령 후보까지 지명되었다니 당시, 그 동네 정서엔 빠짐이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창고에서 발견한 증조할아버지의 일기장 같습니다. 흠칫 놀라지만 고색이 창연하기도 한.
별 셋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