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점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wny Taewon Kim Sep 09. 2022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뭐 거창하게 위대한 창작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간단히 A4 석장 정도의 글을 쓴다거나,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 초안을 잡으려할 때, 단 한줄도 못쓰고 빈 화면만 멍하니 바라본적 없나요? 이게 미니 버전 작가의 벽(writer's block)일진대 더 거대하고 복잡하며 방대하면 막막하겠지요. 게다가 그게 생업이자 정체성인 작가라면 또 어떨까요.  

Art & fear

부제: Observation on the perils (& rewards) of art making

David Bayles, Ted Orland, 1993  


작가의 벽에 대한 책은 아니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93년에 나오자마자 그라운드 클래식의 반열에 바로 올랐다는 전설의 책입니다. 창작 과정  아니라 창작 생활, 창작 인생이라는 장기적인 호흡에서 작가의 두려움과  이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려움: 난 재능이 없는건 아닐까? 그건 니 생각이다. 재능이 전제조건이라면 대가일수록 작품 내는게 쉬워야 하는데 그런건 없다. 다들 매번 힘들다.

완벽주의: 실험해보면 질에 신경 쓴 그룹보다 양을 위주로 한 그룹에서 질 좋은 작품이 나온다. 완벽주의는 허상이다. 그냥 쓰고 그리고 만들어라. 또 하고 또 하는게 답이다.

마법: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지기위해서는 어떤 마법적 순간이 필요한거 아닌가? 그런 얇은 기대가 스스로를 좌절 시키는 허상일 뿐이다. 그런 마법적 순간이 있다면 애초에 남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낫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이해나 수용(acceptance), 인정(approval)을 바라지 말라. 감상자의 손에 지나친 권력을 들려줄 뿐이다. 무릇 감상자란 바흐를 들으며 황홀경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 있어도 간단한 바로크 음악하나 작곡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경쟁심: 두려움,분노, 괴로움, 우울감만 낳을 뿐이다. 그저 꾸준히 너의 것을 창조하라.

월급을 받는다는건 예술의 희생을 수반함을 명심하라.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후배 및 동료 예술가에게 보내는, 따뜻하지만 준열한 선험입니다. 저자들 스스로가 고민하고 고통받은 지점을 서로 보듬어 찾아낸 결론을 적어 두었습니다. 결국 책이 말하는 예술가의 정의가 장합니다.

예술가란 중지하지 않는 법을 깨달은 자이다.
예술가의 반대말은 '예전엔 예술가(ex-artist)'다.
예술가란 모여서 떠들다가도 각자 자기 작업실로 돌아가 자기만의 예술작품과 마주해야하는 존재다.
위험을 안고 심혈을 다해 창작에 뛰어드는 용기다. 그래서 예술가에게 예술은 동사다.
어둠속에서 기적적으로 튀는 불꽃이 아니라,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 속 빛이다.
창작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노래하는 것이다.

Inuit Points ★★★★☆

예술가도 아닌데 엄청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와닿는게, 마치 연극을 보는 기분입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지 빙의하며 젖어듭니다. 그리고 만나게 됩니다. 무언가 만들어 내는 인간의 숙명. 그 본능을 취미로 지니느냐 생업으로 삼느냐, 부캐로 삼는지 본캐로 삼는지의 차이일뿐 모두가 직면한 일입니다. 취미나 소일을 넘어, 직업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건 실존적 고통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 빠져들며 시공간을 초월해 느꼈던 경험은 삶의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별 넷 주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벅스 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