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려 생각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회상을 해봤는데, 마지막 곡물 밥 먹은게 약 1주일 전인데, 커피는 한잔도 안마신 날이 1년 이내로 기억나지 않네요. 아니 몇 년 전으로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를 매일, 오전 오후 마실만큼 과하게 좋아합니다. 일하는 날이나 일하지 않는 날 모두, 하루의 루틴을 잡는 리추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스타벅스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별로 맛이 없으니까요.
지금도 집에서 마실 땐 콩 잘 볶는 집에서 금방 간 원두로 입에 딱 맞게 만들어 먹습니다. 하지만 밖에선 또 다르지요. 사람을 만나야하고 돌아다녀야 하니, 아무데서나 마실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편리함 때문에 별다방 커피를 꽤 자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궁금증이 일더군요. 왜 스타벅스는 맛도 없는데 압도적으로 잘 되는가?
물론 국내 여러 프랜차이즈 가보면 이유는 확실합니다. 서비스의 품질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서비스는 왜 차별적으로 좋은가?
이 의문의 답을 풀고자 책을 읽어봤습니다.
부제: 5 Principles for Connecting with Your Customers, Your Products and Your People
Joseph Michelli, 2013
우선, 한국의 스타벅스는 한국기업입니다. 2021년 신세계가 지분인수하면서 미국 본사는 로열티만 받아가지요. (그래서 K-스벅) 코로나 이후론 미국을 가보지 않아 현재 미국 스타벅스와 얼마나 서비스 이격이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운영 면에서 스타벅스의 서비스 DNA와 문화를 이해하기에 이책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우선, 저자부터 이해해야합니다. 조셉 미첼리 씨는 이전에도 스타벅스 책을 냈고 짐 콜린스의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칭찬하자 이내 떡락행) 하지만 경영학자라면 면구스럽지만, 지식보따리상인 컨설턴트는 무서울게 없지요. 소재가 또 생긴셈이니까요. 망한 스벅에 슐츠가 돌아와 재활시키는 과정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래서 명쾌하게 정리되고, 은근 쓸모 있습니다.
글은 다섯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1. Savor and elevate.
2. Love to be loved.
3. Reach for common ground.
4. Mobilize the connection.
5. Cherish and challenge your legacy
하지만 별 의미없는 컨설턴트 류의 수식어입니다.
중요한건 수많은 매장 직원을 통해 일관되고 품질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했는가의 문제지요. 크게 보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미국 기준입니다.)
1. 장사보다 커피 마시러 오는 사람의 본령에 충실하자.
즉 아무리 돈이 되어도 회사 비전에 안 맞는 일은 하지 말자. 투자와 도구를 써서 운영을 효율화 하더라도 이는 원가를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트너들이 고객과 대화할 마음의 여유를 주기 위해서여야 한다.
2. 이를 위해서 파트너에게 동기부여하고 세뇌시킨다.
익히 알고있는 빈스탁이나 퓨처로스트 같은 복지제도는 옆에서 거들뿐입니다. 동료와 슈퍼바이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마음이 스며들게 합니다. 세뇌죠. 이러려면 장기근속을 해야 의미 있으니 복지제도가 거드는 형국입니다. 물론 파트너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현지 방문을 하는 보상/교육 프로그램도 있습니다만, 고객에 대해 항상 이야기 나구고 생각하도록 제도와 규정, 문화를 만든게 핵심입니다.
3. 제3의 장소 (3rd place)를 넘어 제4의 장소인 모바일과 이동성이다
최근 스벅의 행보 중 제일 눈에 띄지요. 제4의 장소를 타겟해서 집요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인 VIA를 통한 확장, 모바일 앱을 통한 연결, 기호에 따라가는 차 라인의 확충 등입니다. 이는 다른 사업하는 사람도 눈여겨볼 부분인데, 대략 시장 점유율이 포화되고, 시대와 기술이 판 갈이 할 때 어떻게 이를 넘는가의 고민을 풀어가는 시도입니다.
전략의 양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포지션으로 칭해지는 강약의 비대칭성, 다른 쪽은 기발함보다 우직하지만 압도적인 실행능력을 조직화하는 방법이지요. 스타벅스도 그러합니다. 여기 나온 사항들을 투썸이 몰라서 못 이기겠습니까. 못해서 못 이기는거죠. (투썸 직원들은 왜 그리 퉁명스러운지..)
Inuit Points ★★★☆☆
이 책 읽고 나면 어렴풋이 느껴지는게 있습니다.
한국 스벅은 흥미로운 혼종이겠구나.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을 거치면 고작 게임이 능률적인 운동체계로 변하듯, K-스벅은 미국의 설계도와는 또 많이 다르겠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의외로 서비스업의 스케일링에 대한 단서를 얻어 저는 재미난 독서였습니다. 하지만, 컨설턴트 특유의 뱀장어화법과 돈 주시는 고갱님 추앙으로 읽기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하워드 슐츠의 용비어천가 같습니다. 또한 기업의 규모와 단계, 따라하기 어려운 관행, 밀고 당기는 조직 문화의 세심한 결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으면 도덕교과서 같이 좋은 말만 써 있어 별로 얻을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커피콩을 찾은게 아프리카고, 그걸 황홀한 음료로 만든게 유럽이라면, 커피 제공이라는 서비스를 글로벌 규모의 사업으로 만든건 스타벅스 같습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