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출신 1인세무사의 개업투쟁기
흔히들 말하는 세무사의 시즌이 끝나고, 마케팅이나 용역에 집중해야 할 지금 시점에 나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특별시민이 아닌 경기 도민으로서의 나는 내가 가진 정보와 또 사회에 좀 더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다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청년위원으로 위촉되어 청년위원 활동을 예정하고 있고, 자격증 취득과 부동산 경매 스터디, 이제 9월부터 개강하는 세무전문가 과정 등에 공부가 예정되어 있다. 뛰어야 할 영업은 안 뛰고 실컷 공부쟁이만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내심 걱정도 되지만, 뭐 지금껏 인생이 어떤가? 걱정한다고 푸념할 때가 제일 안되었을 때이고 내가 즐겁고 재밌는 걸 하다보니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고 때로는 어쩌면 저렇게 대책이 없다니!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보면 분명 길은 있을거... 겠지? 그럴거다.
아직은 정직원이 없는 1인 개업세무사로 일하면서 많은 고민에 마주한다. 직원을 뽑아야 할까, 영업은 어떻게 할까, 이렇게 개업해놓고 영업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지금 내가 생존하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까지. MBTI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런 걸 믿지 않는데.. 라고 깔면서도 항상 MBTI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 맹신론자까지는 아니지만... 아니다 이런거 좋아한다. 사주, 타로, 초등학교 때부터는 혈액형. (통계적 수치에 근거하다고 믿음직스러운 것은 좋아하나 개인이 그냥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겠다싶어 신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튼 나는 POWER 'N'이다. 생각이 생각을 물어 지금도 갑자기 MBTI 이야기를 하고 있네. 다시 돌아가야지.
걱정이 생기면 걱정에만 잠기는 나에 비하여 어짜피 해결되지 않을 것 조금 리프레시하고 너무 쓸데없고 무거운 걱정은 실제로 닥치면 그때 해결하자! 주의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시는, 요근래 나와 가장 가까운 분께서 무겁게 젖어 들어갈 뻔한 나를 건져 올려 여행을 다녀왔다. 요새 다양한 활동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또 나와 다른 분야에서 무언가를 창출하시고 계신 분들과 함께 하다보니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항상 내게는 당연했던 세계가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나 스스로는 개방적이고 함몰되어 있지 않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는 것을 글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 와닿는 요즘이랄까. 아무래도 내가 나이대가 조금 젊은 층의 세무사기에 젊은 클라이언트들이 많은데,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도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뵙고 느낀 점은 좋은 직장만이 능사는 아니구나라는 것이다.
개업한 후인 지금은 많은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몰아쳐져 현재 내 명확한 생각이 무엇이다 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나도 세무법인 근속 시절에는 개업을 한 이후 내 스스로 무언가를 창출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해보지 않은 것, 또 주변에 사업을 하는 누군가가 없었기도 했기에.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그냥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정도(正道)인줄 알았던 세계의 나는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밖의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다.
뜬금없지만 세무사 업은 나에게 천직이라고 느껴왔다. 무언가를 확실한 근거 하에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무언가를 쉽게 설명해주고 그들의 편에서 도움을 주고 고마워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뿌듯함을 느끼는 감정이 좋았고, 또 거기에서 배우는 무언가들이 있기에 금전적인 수입과 별개로 직업적 만족감이 꽤 크다라고 느껴왔었는데, 이렇게 여러 고객들을 상담하면서도 항상 배우는 점이 많다. 특히 재산재세 쪽 상담을 하다보면 지역적 이야기 어떤 물건을 보는 지, 지금 껏 어떻게 해오셨기에 현재에 이르렀는지 이야기 등 회사 쪽 분야든 개인의 투자흥망성쇄기 등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개업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배우는 점에서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또 더 나아가서 날 믿고 찾아와주시는 고객님들께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려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
여행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또 의식의 흐름을 타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와 버린 것 같지만, 요점은 항상 앉아있고 일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다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내가 겪지 못한 세계에 대한 간접 경험과 또 괜찮으면 그 세계를 내 세계와 이어지게 만드는 것. 아직 어떤 삶이 궁극적인 내 방향이다 라고 정하지 못한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알 밖의 세계를 인테리어 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내 실력과 학문은 사실 기본으로 깔고 가야겠지만... 바쁘지 않으면서 바쁘게 사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