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EP.2]

첫 수임의 설렘과 긴장감

by 달콤한 인생

0. 마수걸이


‘마수’는 순우리말로 장날 상인이 처음에 파는 물건을 통해 미루어 예측하는 그날의 장사 운을 말한다. 마수걸이는 장날 상인이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뜻한다. 울산광역시 지역의 5일장에서 마수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마수를 통해 하루 매상을 유추하고, 하루 장사의 고달픔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마수걸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1. 첫 수임의 순간


개업 후 첫 업무 수임은 상속세 세무조사였다.


마수걸이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는데, 이는 내가 특별한 영업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해당 상속세 신고를 빅펌 재직 시에 내가 총괄하여 진행을 하였고, 상속세 신고 후 반년 후에 세무조사가 나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속인은 나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나는 상속인에게 빅펌을 퇴사한 사실과 이제는 개업을 했다는 근황을 전하며, 나 대신 업무를 진행할 것 같은 예전 팀의 매니저 연락처를 공유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하려던 차에...


상속인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혹시 상속세 조사를 회계사님이 직접 해주실 수는 없나요? 상속세 신고도 직접 해주셨으니.."


휴대전화를 통해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드디어 내가 첫 수임에 성공했다는 기쁨 마음과 동시에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전 팀에는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혼자서 세무조사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상속세 신고에 제일 깊게 관여했었고, 자료 검토도 제일 많이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상속인을 위해서라도 내가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그 후에 상속인과 직접 만나서 계약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2. 상속세 세무 조사


상속세 조사의 관할세무서는 송파세무서였고, 조사기관은 4주였다.

나는 송파세무서에 방문하여 담당 조사관과 인사를 나누고 위임장, 청렴서약서, 납세자권리헌장 수령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조사관이 소명을 요구하는 숙제를 받아 들었다.


실무적으로 상속세 조사는 상속재산의 평가가 적절한지, 상속공제나 상속 부채에 오류가 없는지, 피상속인의 과거 금융거래내역을 검토하여 상속인에게 사전증여 재산이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상속세 조사는 금융자료 검토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우리 입장에서도 피곤한 부분이다.


세무서는 피상속인의 금융자료를 짧게는 10년, 의심스러울 경우 15년까지 조회하여 금융자료를 확보하고 검토한다. 물론 상속인들의 금융자료도 확보하여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는지, 상속이 개시되기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의 부동산 취득 출처, 임차보증금 자금 출처까지 크로스체크 하면서 사전증여에 대해 강도 높게 검토를 하며, 참고로 피상속인의 개좌에서 큰 금액이 수표로 인출하면 수표번호까지 추적한다.


한마디로 생각보다 촘촘하게 진행된다.

[소명요청 거래내역 샘플]


본격적인 창(국세청)과 방패(대리인)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세무서로부터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내역을 수십 건을 받았는데, 개업 초기 남는 것이 시간이었던 젊은 회계사의 열정과 생전에 꼼꼼하게 금융거래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신 피상속인의 자료 덕분에 소명을 잘되었고, 추가 납부가 거의 없이 조사가 잘 마무리되었다.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를 받는 순간 4주간의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번 달 생활비는 벌었다!


[세무조사 결과 통지 공문 샘플]

3. 결과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뉴욕 양키즈의 레전드,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이다.

타임아웃 없는 야구 경기의 특성상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지 모른다는 의미이다.


개업회계사에게 요기 베라의 명언은 업무가 끝나고 수수료가 입금될 때까지 업무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월급쟁이 빅펌 시절에는 거래처의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한 후에 업무를 시작하고, 업무가 끝나면 (당연하게) 잔금을 청구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로컬에서는 계약서 작성부터 업무, 그리고 대금 회수까지 전적으로 내가 진행을 해야 한다.


이때 업무가 끝났으니 자연스럽게 수수료를 청구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고객에게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뭔가 껄끄러웠다. 다행히도 상속인이 업무 끝나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먼저 수수료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첫 업무를 수임하면서 대금 회수까지 마무리하면서, 나는 앞으로 업무를 수임할 때 견적서-계약서-업무진행-대금 청구까지 나름의 절차를 마련했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후일담


상속세 조사까지 잘 마무리되고 나서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 상속인에게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내가 했던 업무에 무슨 문제라도?)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상속받았던 아파트를 양도하였는데 세금 신고를 부탁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순간 걱정되는 마음은 사라지고, 가장 편하고 좋은 영업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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