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EP.4]

채용부터 관리까지 쉬운 일이 하나 없다

by 달콤한 인생

0. 채용을 결심하다


개업 초기 살아남기 위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다. 성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지만,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가장 먼저 성과를 보이는 부분이 기장 수임이었다.


세무를 주업으로 하는 개업 회계사나 세무사에게 기장 업체 모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고정 거래처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고정 거래처에서 나오는 수입이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를 커버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용역 업무를 진행하면서 기장업무를 완벽하게 커버하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업무 성격상 외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거래처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매달 진행되는 급여명세서 작성, 원천세 신고 등 혼자 다 커버하기에 벅찬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기장 거래처가 10개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직원을 채용하기로 결심을 했다. 기장거래처 매출만으로 직원 인건비도 커버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내 시간을 확보해야만 매출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마 그때가 개업하고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1. 채용이 처음이라..


나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인사와 관련된 전공이나 교양수업 하나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인사 채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고, 내가 회계법인에 취업할 때 본 면접이 총 3번이었는데 상당히 형식적으로 진행된 면접이기 때문에 채용 면접에 대한 간접 경험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처음에는 어디에 공고를 올려야 하는지 조차 몰랐는데, 개업한 선배들에게 물어물어 채용사이트(사람인, 잡코리아 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채용과 관련된 조언과 경험담을 들었다. 특히 어떤 포인트를 질문해야 하는지 들었을 때는 대학교 시험 족보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는 허수라는 표현이 어울렸고, 관련 전공이나 경험이 있는 지원자에게 연락을 하면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면접 일정까지 잡은 지원자도 면접 당일에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면접 당일에 연락조차 받지 않는 비매너의 지원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기분도 안 좋았지만, 나중에는 그런 매너 없는 지원자를 채용한 것보다는 면접에서 잘 걸렀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2. 흙속의 진주를 찾아서


이렇게 기본도 안된 지원자가 90% 이상인 상황에서 좋은 사람 뽑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 인사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숙제겠지만..


지금까지 수십 번의 면접을 보고, 신입부터 경력이 매우 많은 경력직원까지 채용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력서와 1시간 내외의 면접을 통해서 지원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짧은 그 순간에 괜찮은 사람인지 파악을 해야 하는데, 실무적인 질문, 업무 지식에 대한 질문 등도 던져 보고, 면접 시간을 (일부러) 길게 하면서 이 면접자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도 면밀하게 관찰도 해보고, 연차가 낮은 지원자에게는 시험 같은 문제도 내보는 등 많은 시도를 해본다.


그래도 채용하고 나서 결과가 좋았던 직원들의 공통점은 직업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착이라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서, 업무량은 많지만 그래도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여긴다던지. 면접을 통해서 이런 느낌을 받아서 채용한 직원은 근속연수도 길고, 연봉 상승률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은 흙속의 진주와 같은 직원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 베테랑 앞에서 기량 펼치지 마세요


물론 채용한 모든 직원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경력이 많은 여직원들의 경우 본인들이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엔 그 방식이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직원들 업무 편의성을 위해서 세법을 무시한다던지, 거래처의 컨펌 없이 그냥 무지성으로 한다든지 그런 것들이다. 물론, 기장업무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을 세법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거래처에서 협조가 되지 않아서 실무적인 편법(?) 혹은 간편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법에 따라서 업무를 진행을 해야 하는데, 오래된 방식(=내가 보기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방식)을 고수하는 직원에게 원칙을 알려주면 탐탁지 않게 여긴다.


특히 개업해서 자리 잡지 못한 회계사들의 경우 이런 직원에게 휘둘리기 일쑤이다.

직원들도 본인을 고용한 회계사를 잘 파악하고 있다.


본인이 퇴사하면 당장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
어차피 회계사는 기장만으로 먹고살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쓰기 어렵다는 사실
회계사는 세법을 잘 모른다는 편견


이런 생각으로 직원들은 본인들이 고수하는 방식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나도 여직원과 이런 신경전이 있었고, 상당히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데,

세법에서는 내가 더 베테랑이라는 생각으로 세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처리하도록 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근거를 남기도록 요구했다. 물론 요구했다고 변화가 된 것은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 매출이 늘어나면서, 직원도 늘어나고, 내가 정한 원칙을 잘 따르는 직원이 생겨나고, 업무에 따른 성과급이 차이가 심하게 나면서, 본인의 방식을 강하게 고수했던 직원도 나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내 방침을 따라오게 되었다.



4. 인사가 만사


기장 업무는 직원이 8할 이상이다. 거래처가 늘어날수록 내가 하나하나 신경을 쓰기 어렵게 된다.


거래처가 증가할 때 일차함수처럼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함수처럼 증가한다. 거래처가 변동이 없다가.. 어느 시점에 좀 늘어났다가.. 다시 정체되고..


지나고 보니 거래처가 빠르게 증가하던 시기는 좋은 직원이 들어온 시기와 일치한다.

좋은 직원만큼 거래처 이탈을 줄이는 든든한 방파제는 없다.


인사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人事)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만사(萬事)는 만 가지의 일, 즉 모든 일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사만사’는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이다.


개업해서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 내 동료가 돼라[E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