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 제1편 능력에 따라 커지는 세금, 누진과세
1. 변하지 않는 원칙 (4)능력이 클수록 세금이 커져야 공평하다. 제1편
앞서 조세법률주의라는 원칙을 말씀드렸는데요, 세법의 원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 조세평등주의입니다. 조세 평등의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원칙 또한 헌법에 기초하고 있어요.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유명한 문구죠. 그런데 이 ‘평등’이라고 하는 단어가 참 어렵습니다.
코로나19를 겪던 시기, 전 국민에게 보조금이 나왔죠. 긴급재난지원금, 상생 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금의 명목으로 거의 국민 대부분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였어요. 강남에 집을 가진 대기업 직장인 A씨도 20만 원을 받고, 시골에 집 없이 월세로 사는 일용직 B씨도 20만 원을 받았죠. 여기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B씨는
“굳이 돈이 많은 A씨에게도 지급할 필요가 있나? 한 달에 200만 원 버는 나에게는 큰돈이지만, 대기업 다니는 A씨에게는 푼돈이잖아. A씨에게 조금 주고 나에게 더 많이 줘야 공평한 것이다.”
반면 A씨는
“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납세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재산이 좀 있다고 해서 국가재정 지원 혜택을 똑같이 누리지 못한다면 역차별이다.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해야 공평한 것이다.”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섰어요. 하지만 정답은 없죠. 두 사람의 의견 모두 공평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수직적 공평'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평적 공평'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수평적 공평은 ‘같은 것은 같게’라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즉, 소득이나 재산 수준이 같은 사람은 똑같이 세금을 걷어야 공평하다는 의미죠.
간단하면서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A씨는 ‘A와 B 모두 세금을 낸 국민으로 같다’라는 측면을 주장하고 있죠. A씨의 관점으로 보면 납세의무를 다한 국민은 수평적으로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공평하겠네요.
수직적 공평은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능력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세금을 적게 내야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이걸 ‘담세능력’의 차이에 따라 세금을 차등하여 부과한다는 표현으로 많이 씁니다. B씨의 관점에서 A씨는 돈을 많이 벌어 ‘담세능력’이 B씨보다 크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내든, 보조금을 덜 받든 해야 공평한 그것이라고 주장하죠.
수직적 공평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는 ‘누진과세’입니다.
소득이 적어 담세력이 낮은 국민에게는 저세율로 과세하여 부담을 줄여주고, 소득이 높아 담세력이 큰 국민에게는 고세율로 과세하여 부담을 많이 주는 제도이죠. 소득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세율로 과세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네요.
수평적 공평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는 ‘종합과세’ 제도가 있습니다.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 소득에 대해서 어떤 소득을 벌든 모두 합하여 똑같은 수준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죠. 소득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소득의 수준이 같으면 같게 과세하여 ‘같은 것은 같게’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종합과세 제도에는 양도소득, 퇴직소득은 빠져 있어요. 이 둘은 별도로 분류해서 과세하겠다고 하여 ‘분류과세’라고도 불립니다. 예를 들어 사업소득 5천만 원, 근로소득 5천만 원이 있는 갑(甲)씨는 종합과세 1억 원의 소득에 대해서 35%의 세율을 적용받아요. 반면 사업소득 5천만 원과 양도소득 5천만 원으로 같은 1억 원을 번 을(乙)씨는 사업소득 5천만 원에 대해서 15% 세율, 양도소득 5천만 원에 대해서 별도 세율로 과세가 되는데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15%로 과세됩니다. 분명 같은 1억 원을 벌었는데, 소득의 종류에 따라서 세율이 조금 다르네요. 우리나라는 이런 자산 소득이나 퇴직소득과 같은 일시적인 소득에 대해서 차등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퇴직과 양도는 별도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두 소득의 공통점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이익이라는 점이죠. 30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노후를 위해 꾸준히 적립해 온 퇴직금을 일시에 다른 소득과 합하여 과세한다는 것은 좀 가혹하지 않나 싶어요. 양도소득도 비슷하죠. 십수 년을 한집에서 살다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에게 십수 년의 시간에 대한 가치 증가분을 1년 단위 종합과세 항목들과 합하여 세금을 내라는 것은 좀 억울하지 싶어요. 공평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거죠.
소득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1억 원을 버는 사람에게 30%인 3천만 원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낼 수 있는 능력은 있습니다. 그래도 7천만 원이 남으니까요. 12개월로 나누면 월 6백만 원 가까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으니, 저축을 많이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살 수는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1천만 원을 버는 사람을 보죠. 아까 1억 원 버는 사람이 3천만 원을 냈으니, 너도 3천만 원의 세금을 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소득’이 있어야 ‘세금’이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1억 원 번 사람과 똑같이 3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해볼게요. 1천만 원에서 30%인 300만 원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700만 원이 남네요. 한 달에 60만 원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만약 4인 가족이라면, 생활이 가능할까요? 기초생활 보장 제도에 따른 지원금도 4인 가족 기준으로 1달에 8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참작하면 60만 원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어찌어찌 생활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공평하게 과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평등이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하죠. 세금을 부과할 때도 이러한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적게 벌어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많이 버는 사람과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일종의 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 즉 ‘담세력’이라고 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능력에 맞게 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죠. 담세력에 맞게 세금을 내는 체계를 찾다 보니 누진세가 등장하게 됩니다.
누진세라는 것은 1천만원 버는 사람은 6% 세금을 내고, 1억 버는 사람은 35%를 내라는 것입니다. 세금이 비례하면서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커질 수록 비율의 증가폭이 훨씬 더 커지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담세력에 따라 각자의 능력에 부합하는 세금을 내어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1년에 5천만원을 저 같은 서민에게는 15%의 세금을, 1년에 5천억원을 버는 머스크는 45%의 세금을 누진적으로 내도록 하면 조세평등에 부합하는 공평한 과세에 가까워 지는 것입니다. 저는 괜찮지만 머스크는 너무 싫을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담세력이라는 능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다른 것은 다르게' 과세한 것이니 머스크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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