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지능적 탈세 결말은 정의구현, No. 8499

1. (3) 제2편 꼼수로 세금을 피할 수 없는 이유, 실질과세 원칙

by TaxWiki

1. 변하지 않는 원칙 (3)꼼수로 세금을 피할 수 없다 제2편


조세법률주의 vs 실질과세의 원칙


지난주에 고구마 10개 먹은 기분으로 글이 마무리되었죠. 외국 자본이 세금을 피했던 그 한 줄.

수백억의 세금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그 한 줄.

‘50:50은 둘 다 51이 아니다’ 였습니다.


그림. 외국인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보유한 한국 회사를 취득한 구도

GIC.jpg (좌) GIC 스타타워 사례 (우) 로담코사 사례



로담코사(옥메도퍼시픽) 사례를 보세요. 칠봉산업의 주주인 로담코 코리아와 종로는 정확히 50%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점주주가 아니었죠. 로담코 코리아와 종로는 모두 페이퍼컴퍼니였고 실질적으로는 옥메도퍼시픽이라는 법인이 칠봉산업을 지배하는 것이었어요. 취득세를 거둬야 하는 서울시는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가 봐도 페이퍼컴퍼니인 두 회사는 세금을 안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실질적인 취득자는 100% 주주인 옥메도퍼시픽이었으니까요.


여기서 가만히 있을 당하고만 있을 우리나라가 아니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 그냥 저 페이퍼컴퍼니를 무시해 버리면 됩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없는 샘 치면 싱가포르투자청과 로담코사가 100% 과점주주가 되니 간주취득세를 내야죠. 서울시는 과감하게 그렇게 해버립니다. 50% 지분을 가진 페이퍼컴퍼니들에게 과세하지 않고, 그 페이퍼컴퍼니들을 소유하고 있는 모회사 옥메도퍼시픽에 과세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서울시 : 두 페이퍼컴퍼니는 단순히 간주취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도관일 뿐,
사실상 모회사가 칠봉산업을 100% 소유하고 있는 과점주주다!
들어는 봤니? '실질과세의 원칙'이라고!


그러자 로담코사(옥메도퍼시픽)도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로담코(옥메도퍼시픽) : 무슨 소리! 법에 나와있는 데로 51% 이상인 회사는 없어요! 건물 소유하고 있는
법인이 따로 있는데 그 법인을 무시하고 과세하라고 법에 되어 있어요?
법에도 없는 방식으로 세금을 과세하다니 '조세법률주의' 몰라요?


와, 조세법률주의를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사실 맞는 말이긴 하죠. 로담코(옥매도퍼시픽)사는 외형적으로는 칠봉산업의 주식을 1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점주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으니까요. 모회사인 옥메도퍼시픽에 과세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정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법에도 없는 과세를 했으니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서울시는 이미 외국 법인이 이렇게 주장할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외국 법인들이 이런 식으로 조세법률주의를 악용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죠. 그래서 서울시가 꺼내든 카드는 ‘실질과세의 원칙’이었어요. 형식과 실질이 다를 경우에는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현 상황을 형식은 두 페이퍼컴퍼니가 주주지만 실질은 모회사가 주주라는 주장이었어요. 법에는 모회사가 주주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없었지만, 실질과세의 논리로 끌어다 맞춘 것이었어요.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①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과연 조세법률주의 vs 실질과세의 원칙 누가 이겼을까요?



교묘한 꼼수로 세금을 회피한 자들의 최후


당연히 두 사건 모두 소송 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사건의 1심을 제외하고 두 사건 모두 1, 2심에서 서울시가 졌어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죠. 충격적이지 않나요? 조세법률주의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고구마 10개 삼킨 상황에서도 정의가 구현되지 않다니. 외국 자본들도 이 상황을 예상한 것이죠. 아무리 과세하고 싶어도 법이 미비하면 '조세법률주의' 원칙 때문에 절대 과세할 수 없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마지막 최종 관문 바로 3심 대법원이 남았죠. 대법원에서도 이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함께 판결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결정됩니다. 보통 세 분의 대법관이 하시는데 말이죠. 왜일까요? 네, 바로 '조세법률주의'를 깨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손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진짜 명문 중에 명문입니다. 좀 어렵긴 합니다만, 그래도 살면서 꼭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글이니 한 번만 읽어 보세요.


대법원 2012.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중략)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써,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 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 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 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중략)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위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취득 경위와 목적, 취득 자금의 출처, 그 관리와 처분 과정, 귀속 명의자의 능력과 그에 대한 지배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중략) 요컨대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반면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서로 충돌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 사건 주식 등의 취득에 있어서는 그 외관과 실질의 괴리가 현저한 데다가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에 의한 취득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데에 거래 방식을 변형시킨 가장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보이고, 그 취득세의 회피를 용인하는 것은 조세 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아무리 실질과세의 원칙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주식 등의 취득에 그 원칙을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길죠. 저도 긴 거 압니다. 그래도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이유는 '조세법률주의'를 깨고 '실질과세'를 인정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이에요. 세금 관련해서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으실 때 실질과세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아, 그 대법원 8499 판례인가, 그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제적 실질에 대한 판례 아닙니까."


이러면 아마 여러분을 보는 눈빛이 달라질 겁니다. 여러분들께 답변드리는 수준도 달라질 겁니다.

이 판례가 ‘법적’ 실질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따라서 과세할 수 있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최초로 선언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즉, 쉽게 말하면 이 판례 전까지는 외국 자본의 저 한 줄 '50:50은 51이 아니다.' 이 말대로 세금을 과세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세금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 날로 고도화되고 지능화되어 매번 법으로 정해서 따라가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자, 대법원이 전향적으로 기준을 바꾼 것이었죠.


이 판결이 나온 뒤 한 달 후에 싱가포르투자청 사건에 대해서도 과세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어요. (대법원 2012. 2. 9. 선고 2008두 13293 판결) 조세법률주의가 아주 중요한 원칙이지만,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법이 아니더라도 실질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입니다.


흔히들 절세라는 미명 하에 형식과 실질을 다르게 가져가려는 경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형식적으로만 법을 지키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아닌 경우, 특히 그 목적이 세금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실질과세의 원칙’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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