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세금, 피하고 싶었던 외국인의 꼼수

1. (3) 제1편 간주취득세 피하려고 꼼수 쓴 외국인들

by TaxWiki

1. 변하지 않는 원칙 (3)꼼수로 세금을 피할 수 없다 제1편


주식을 샀는데 취득세를 내야 했던 사연


길을 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저 빌딩 한 채만 있었어도... 임대료로 편하게 먹고 살 텐데...'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갓물주가 되어 평일에 운동하고 차 마시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

언젠가 되리라는 다짐을 한 번 해보고요.

그런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건물을 보면서 직업병이 도집니다.


'근데 저런 건물 사면 취득세도 엄청 나올 텐데,
부동산으로 사지 말고 부동산을 가진 법인의 주식을 사면 취득세가 안 나오지 않을까?'


주변에 부동산 사면서 취득세 내는 건 봤어도, 주식 사면서 취득세 내는 분은 못 보셨을 거예요.


문득 벌써 큰 그림부터 그려봅니다.
강남 한복판의 초대형 빌딩을 1,000억에 사는 상상이죠.
그런데 여기서 부동산 취득세 4.6%면 세금만 46억입니다.
저는 당연히 세금박사인데 이걸 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주)강남'의 주식을 1,000억에 매입하기로 합니다.
어차피 같은 건물인데 세금 안 내고 사기 위해서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을 산 것이죠.
그래도 제 건물인 것은 변하지 않죠.
자, 이제 저는 46억을 세이브했습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강남구청에서 연락이 옵니다.

"취득세 안 내셨습니다."

"네? 저는 부동산이 아니라 (주)강남 주식을 샀는데요?"

"네, 맞습니다. 그 부동산 법인을 사셔서 건물을 사실상 소유하셨으니, 부동산 사신 거나 마찬가지죠. 그럴 때 '간주취득세' 2.2%를 내셔야 합니다."

"간주취득세요?!"


사례를 잘 보셨나요. '간주취득세'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부동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취득세가 주식 거래에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주식은 아니에요. 사례에서 보셨다시피 부동산 비중이 큰 비상장주식일 경우입니다. 삼성전자, 셀트리온 같은 주식을 산다고 해서 간주취득세를 내시는 게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간주취득세라는 녀석이 왜 생긴 걸까요?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를 납부하죠. 주택이 아닌 부동산의 경우 보통 4.6%의 취득세를 부담합니다. 앞선 사례에서 1,000억 원의 건물을 취득했다고 한다면 46억 원을 취득세로 납부해야 하니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1,000억 원의 주식을 취득한다고 하면 취득세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1,000억 원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A 법인의 주식을 취득한다면, 합법적으로 건물은 사실상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면서 취득세는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만약 간주취득세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취득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편법적인 방법은 아주 오래전에 비상장법인을 통하여 친인척을 통하는 방식으로 많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편법적인 부동산 취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가 바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입니다.


과점주주 간주취득세는 50%를 초과하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경우로 한정했어요.


50%를 초과하면 경영권을 가지고 부동산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주주’로 본 것이죠. 비상장법인으로 한정한 것은 상장법인은 상법 및 각종 법률에 따라 내부통제 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를 하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한 것입니다. 세율이 2.2%인 이유는 과거 히스토리 때문이에요. 부동산 취득세는 과거 등기를 위한 등록세 2.4%와 취득세 2.2%가 나뉘어 있었어요. 지금은 이 두 세금이 합쳐져 '취득세'가 되면서 4.6%가 된 것이죠. 그런데 간주취득세는 등기는 필요가 없어요. 회사 소유인 것은 변함이 없고, 그 회사의 소유자인 주주만 바뀐 거니까요. 그래서 옛날 버전의 취득세 2.2%만 납부하도록 한 것이죠.


한국사람인 저도 간주취득세를 왜 내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 물론 취득세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결국 주식을 샀는데 세금을 내라는 소리잖아요. 사실 이 '간주취득세' 제도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러니 외국인들은 더욱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Stock을 샀는데 Tax를 내라고? What the..."


이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과감히 이 세금을 안내기로 결심합니다. 이제부터 펼쳐질 그들의 Tax Plannning은 실로 기가 막히는 전략입니다. 길지도 않습니다. 딱 한 줄로 끝내 버렸으니까요.



닷컴버블 이후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된 우리나라 건물


여기서 잠깐. 막간을 이용해서. 그런데 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건물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잠깐 그 배경부터 살펴볼게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닷컴버블로 IT 주식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의 폭락을 경험한 국제 투자자들은 주식보다는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죠. 때마침 우리나라는 IMF를 조기 졸업한 우수생이자,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지정학적 특성을 가진 나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당시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어요. 코로나만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2000년대 초반에도 엄청난 부동산 상승기가 있었어요. 자고 나면 집 값이 두 배가 되는 기적이 벌어지던 때였죠. 주택은 개인들 간의 거래를 통하여 상승하였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오피스 빌딩은 매수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 여력과 기회가 있었죠. 그 틈을 외국계 자본이 파고들어 온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서울의 빌딩들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인수됩니다. 여러분들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론스타, GIC(싱가포르 투자청), 골드만삭스, 로담코 등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빌딩 시장에 외국 자본이 들어온 것이죠. 강남, 종로, 여의도 등 당시 서울의 오피스 산업 중심지의 물건들은 대부분 그들의 사냥감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취득세 4.6%는 정말 내고 싶지 않은 세금이었어요. 원가 0.1%를 줄이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투자 시장인데 무려 4.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니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였죠. 그래서 그들이 생각한 방법이 바로 '부동산을 가진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 주식을 사도 '간주취득세'라는 녀석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 자본의 힘이 뭐겠습니까? 바로 자본을 바탕으로 최고의 로펌과 회계법인을 통하여 전문가들과 세금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죠. 결국 그들은 저 세금을 피할 방법을 만들어 냅니다. 길지도 않은 그 한 줄 보실게요.



‘50:50은 둘 다 51이 아니다’ 이 한 줄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줄인 외국자본


위에서 간주취득세는 '50% 초과'하는 비상장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50% 초과'는 저 한 줄로 인해서 바뀐 법이고요,
그전에는 '51% 이상'으로 되어 있었어요.


자, 벌써 짐작이 가시죠? 외국 자본들은 법의 구멍을 찾아낸 것입니다.


"한 사람이 51% 이상 가져야 간주취득세 낸다며?
그럼 나는 한 사람이 50%만 소유할게.
대신 두 사람이 각각 50%씩 소유하면 세금 없이 100% 내 회사가 되겠네."


실행력 좋은 외국 자본은 곧바로 아래 그림과 같이 실행에 옮깁니다.


그림. 외국인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보유한 한국 회사를 취득한 구도

GIC.jpg (좌) GIC 스타타워 사례 (우) 로담코사 사례


두 사례 모두 건물을 소유하는 두 회사가 51% 지분을 넘지 않습니다. 스타타워를 소유하는 Reco강남과 RecoKDB는 각각 50.01%, 49.99%로 51%가 안 되고, 칠봉산업이라는 부동산 회사를 소유하는 로담코 코리아와 종로도 각각 50%로 51%가 안 됩니다. 당시 지방세법에 간주취득세를 납부 대상은 '51% 이상'인데 아무도 해당하지 않으니 세금 낼 사람이 없네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회사들을 실제로 소유한 회사는 싱가포르투자청과 네덜란드 로담코사(옥메도퍼시픽)였어요. 그림 상으로만 봐도 그렇죠. 50%짜리 회사들은 모두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였으니까요.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장난으로 수백억의 세금을 안 낼 수 있지? 고구마 10개를 한 번에 삼킨 기분입니다. 뭔가 거창한 계획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정말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없습니다.


이대로 외국 자본은 세금을 안 내고 잘 넘어갔을까요?


(다음 편에 사이다 결말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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