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 제2편 두 번 낸 세금을 한 번으로 줄여주는 공평의 원리
1. 변하지 않는 원칙 (4)능력이 클수록 세금이 커져야 공평하다. 제2편
앞서 조세평등을 설명드리면서 공평하게 하려면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과한다고 했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슷한 세금을 매기고, 능력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누진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 추구하는 평등한 세상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대학교 동창인 홍길동씨와 김철수씨는 40년간 열심히 일해서 20억 원을 모았습니다. 홍길동 씨는 그 돈으로 주택을 구입해서 임대를 놓고, 김철수씨는 예금에 두고 이자를 받았죠.두 사람의 임대소득과 이자소득은 대동소이 했어요. 그런데 홍길동씨는 김철수씨를 만나 신세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아니, 자네나 나나 20억 가진 사람이고, 매년 버는 것도 비슷한데, 왜 나는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거야, 부동산은 원래 그런거 아닌가?"
"원래라니? 종부세는 2005년부터 만들어진 것인데, 그 전에는 따지고 보면 없었던 것 아닌가? 자네와 내가 다른게 없는데, 주택이라는 이유로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내는 건 이중과세지 않나?"
"듣고보니 그렇구만. 좀 억울하긴하네."
자, 홍길동씨의 이중과세 신세한탄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단하시기 전에 언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몇 가지 신문기사 제목을 보여드릴게요.
“주택 하나 있는데 세금 두 번 때리네”…종부세‘이중과세’ 논란, 19년째 여전(2024.06.01, 매일경제)
'세금 지옥' 이유 있었다..국세·지방세 25개 중 20개 이중과세 (2024.07.16, 파이낸셜뉴스)
“정부, 세금 1,534억 원 돌려줘라” 론스타, 항소심도 승소(2024.09.05, 중앙일보)
이중과세라 하면 말 그대로 같은 과세 대상에 세금을 두 번 이상 중복해서 과세한 것이죠. 세금이라는 녀석이 국가의 합법적 재산 침해인데, 한 번만 하지 않고 두 번 이상 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화나고 억울하겠죠. 앞서 설명해 드렸던 조세평등의원칙의 키워드 기억나시나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였죠. 같은 담세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두 배의 다른 차원의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연 원칙이 지켜진 것인가요?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죠. 더욱이 이러한 상황이 특정 세금이나 상황에만 부여된다고 하면 더 공평과 멀어지겠네요. 따라서 이중과세를 막고자 하는 노력은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같습니다.
위의 기사 제목에서도 이중과세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지고 있네요. 구체적으로 세목별로 예를 들어 드릴게요. 우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이라는 하나의 과세물건에 대해서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따라서 부동산을 보유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부동산에 두 개의 세금이 나오고 있으니, 이중과세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로 통합하면 이중과세는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형식적으로 두 개의 세금 중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에 맞는 이야기가 되겠죠. 하지만 만약 종부세를 없애는 대신 재산세율을 종부세율만큼 올린다면 국민들이 이중과세가 완벽히 해소되었다고 느낄지는 의문입니다.
배당금을 볼게요. 여러분이 법인의 주식에 투자해서 받게 되는 배당금은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2천만 원 미만을 수령하시면 15.4%의 원천징수 세율만 부담하시게 되고, 초과하면 일반 소득세율로 종합과세 되겠지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시면 그 배당금은 법인에서 이미 법인세가 과세된 후 남은 돈이에요. 즉, 1,000원의 수익에서 800원을 뺀 200원이 세전이익이었다고 하면, 법인세 20원(10%)을 차감한 180원이 당기순이익이 되죠. 배당금은 이 180원 중에서 일부가 주주에게 돌아간 것이죠. 그런데 주주가 그 배당을 받을 때 또 세금을 내니, 하나의 이익에 두 번의 세금이 부과되어 이중과세가 되네요.
'요즘 유행하는 가족법인은 세금부담이 적다고 하던데, 이렇게 보면 아닌대요?
네, 맞습니다. 법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법인이 유리한 것은 일정소득 이상일 때, 법인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아서 단기적으로 부담할 세금이 줄어들고, 그만큼 절감한 세금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생길 수 있으니 좋다는 것이죠. 그 외에도 주주나 대표에게 지급하는 배당이나 급여를 조절하면서 개인들이 부담할 누진적 소득세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법인단계에서 법인세를 내고, 개인들이 배당, 급여로 수령하면 소득세를 또 한 번 내야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닌 것이죠. 요즘은 많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분들도 가족법인일 경우 자칫 법인세와 소득세를 더하면 세금을 더 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컨텐츠도 자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제가 따로 정리한 가족법인 내용을 확인하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거에요.
상속세도 한 번 볼게요. 제가 살아생전에 50년간 아주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 해볼게요. 저의 아내도 안팎으로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각각 재산을 30억 원씩 모은 상태에서 만약 제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아내에게 상속될 때도 과세가 되는 게 원칙입니다. 만약 아내마저 죽는다면 해당 재산들이 자녀들에게 상속되면서 또 한 번 상속세가 과세되는 것이죠. 결국 제가 먼저 죽으면서 아내에게 이전된 30억 원은 아내에게 한 번, 자녀에게 한 번 이렇게 두 번 과세가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부부는 사실상 경제공동체로 봅니다. 경제적으로는 둘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라는 것이죠. 그런데 상속세를 매길 때에는 그 개념을 깨고, 같은 돈에 대해서 아내와 자녀에게 각각 과세하여 두 번 세금이 부과되니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 미국, 영국, 프랑스는 배우자에게는 상속세가 없다 보니 더 비교되는 게 사실이죠.
"배우자 상속세 말고, 상속세 재원 자체가 이미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소득세를 다 낸 후의 재산인데, 돌아가셨으니 또 세금을 내라는 것도 이중과세 아닙니까?"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이 상속세를 매기는 재산이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재산이라는 겁니다. 살아 생전에 소득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었다면 당연히 소득세를 냈을 겁니다. 하나의 소득인데 벌어들인 당시에 소득세를 내고, 죽을 때에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하니 이중과세 논란을 피해갈 수 없죠. 상속세는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세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 간의 세금 문제도 볼게요.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A씨가 한국에서 부동산을 거래하고 양도소득이 생겼다고 할게요. 당연히 한국에서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할 겁니다. 그런데 미국 국세청에서 A씨에게 “당신 미국인이니 미국에서도 양도소득세 신고를 다시 하세요.”라고 연락이 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죠. 한국 소득세법에는 대한민국 내에서 양도한 것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모두 한국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어야 하죠. 반면 미국 세법에는 미국 국민이 전 세계에서 번 소득을 미국에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해요. 하나의 양도소득에 대해서 두 나라에서 각각 세금을 납부하라는 상황이 되었네요.
위에서 설명해 드린 상황들은 모두 현실에서 존재하는 상황들입니다. 다만 이중과세를 막기 위한 각종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습니다. 배당금 같은 경우에는 Gross-Up 제도라고 해서 법인 단계에서 부과된 세금 일부를, 소득세를 낼 때 빼줍니다. 물론 100% 다 빼주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다는 불만은 있지만, 어쨌든 이중과세를 해소하기 위해서 배당소득세를 낼 때 법인세를 빼준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죠. 그러면 결국 배당소득세만 과세된 것이니 이중과세가 아닌 것입니다. 국가 간의 세금도 많은 국가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해서 사전에 양국 간의 세금 중 이중과세가 일어날 만한 부분을 조정합니다. 흔히 조세조약이라고 하는 이 협정은 현재 95개국과 체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재산세와 종부세, 상속세는 현재까지 별도의 장치가 없습니다. 일부 공제해 준다는 개념은 있지만, 사실 이 세금은 존재 자체만으로 이중과세의 논란이 일고 있어서 딱히 방지 장치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종부세와 상속세는 끊임없이 폐지 주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가 만만치 않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중과세죠. 배당처럼 이중과세를 해소하는 제도를 마련하던지, 그게 안되면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 확실히 하고 넘어갈 것은 바로 이중과세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조세평등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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