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55

취미생활에 대한 단상

by 바나

나는 취미가 많지 않다. 독서 정도가 오래 지속해 온 취미라고 할 만하다. 악기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커피와 제빵 등을 배우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는 취미 생활을 즐기지 않으면 어쩐지 삶을 제대로 살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데 취미가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나는 빈 시간을 자꾸 채우려 했다. 빽빽한 시간표를 보면 뭐라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에 흡족해했다. 내가 채우려 한 것은 정말 빈 시간이었을까?


한때 미라클 모닝이 전국을 휩쓸었다. 너도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독서를 했다.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미라클 모닝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유해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영상이 나오는 실정이다.


멍하니 있는 시간 속에서 방전된 에너지가 차오르는 걸 느끼곤 한다.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시간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아이러니라니, 삶은 늘 신비롭다. 비움의 미학은 비단 예술 작품만이 아니라 하루의 삶에도 중요하다. 결국, 채우기보다 비우는 기술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채우려 했던 것은 시간이 아니라,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낭비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빈 자리에 진짜 중요한 것을 채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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