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56

멜랑콜리에 머물기

by 바나

날씨가 침침하다. 이런 날에는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어릴 때는 ‘멜랑콜리’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 느낌을 아는 걸 보면 나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것일까. 예전에는 떠오르는 감정을 그저 흘려보낼 뿐, 온전히 마주하거나 사유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살피는 감각이 조금은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의 오르내림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많다. 기분이 좋은가 싶으면 이내 나빠지고, 들뜨나 싶으면 불안해진다. 어느 찰나에 바뀌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러니 마음을 섣불리 정의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으로서 느끼지 못할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굳이 긍정과 부정의 잣대로 감정을 엄중히 재단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토록 변덕스러운 마음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나는 오랫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궁리해 왔다. 대개는 독서와 명상을 통해서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 연기하는 것을 평정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늘같이 먼지 가득한 침침한 날에 가라앉은 기분을 애써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멜랑콜리는 삶의 다양성을 맛보기 위해 ‘누려야 할’ 감정인지도 모른다. 소위 부정적이라 불리는 감정들에 제대로 머무는 법을 배우면, 평정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어떤 상황이나 감정이 몰려와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으려 애쓴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모든 경험과 모든 감정이 가치 있음을 아는 것, 이것이 나의 추구미이다. 그러니 흐린 마음을 애써 닦아내지 않는다. 마음껏 젖어들었다가, 스스로 개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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