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57

묵묵

by 바나

동네 단골 수선집이 있다. 솜씨가 좋은 주인아주머니는 늘 무던한 얼굴로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칭찬하는 말에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면 그 성정을 알 만하다.


말없이 꾸준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변호하지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할 뿐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몇 안다. 그리고 가깝건 멀건 그들을 참 좋아한다.


삶을 길게 보고 살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눈앞에 닥친 일들에 일희일비하곤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대단한 인내심으로 어려움을 마주하고 호들갑스럽게 떠벌리지 않는다. 그 인고의 시간이 그들의 표정과 태도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잔잔하지만 힘 있고, 과묵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변화무쌍한 파도가 아니라 먼바다의 고요한 물결 같은 사람들. 그들과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든든하다. 나도 그 무게에 힘입어 더 고요하고 충실해진다.


어제는 수선해야 할 옷을 몇 벌 꺼냈다. 세월에 낡아가는 몸처럼 아껴 입은 옷들도 조금씩 닳아 간다. 보풀을 떼어내다 구멍이 나거나, 계속된 마찰에 미어진 옷들이다. 묵묵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을 주인장은 '드르륵', 내 옷의 생명을 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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