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간
시간을 활용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이 대략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하루를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시간을 허투루 쓰다 보면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게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백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둔 상태다. 그러니 하루가 온통 자유시간이다. 처음에는 이 자유가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머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원대한 계획을 세워도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가령 매일 자전거를 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날씨가 좋을 때만 타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공부는 어떤가.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며칠이 지나면 지지부진해졌다.
어느 순간 자유로움은 족쇄가 되었다. 매일 조급증이 났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시행착오를 통해 새롭게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사실 자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유를 원하지만, 막상 그 자유가 주어지면 어찌할 바를 몰라 망연자실해진다. 한가하게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그게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우울감이 찾아온다.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흐리멍덩하게 보내왔던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건 사람을 깨어 있게 한다. 따라서 매일 아침 할 일의 목록을 쓰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그 목록을 하나씩 지워 나가며 작은 성취를 쌓아 가는 과정이야말로, 자유의 물결 속에서 나를 중심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