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의 의미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까지 왕복 3시간의 산행이었다.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완만하고 편한 길이 이어진다. 눈이 쌓인 길을 뽀득뽀득 가벼운 걸음으로 걷는다. 하늘은 쾌청하고 공기는 따가울만큼 차갑다.
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비교적 산행다운 돌계단이 이어진다. 물론 완만한 길로 돌아갈 수 있지만, 눈이 쌓인 돌길을 걷고 싶어 가파른 길 위에 선다. 스틱에 의지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오른다.
먼 정상을 생각하며 걸으면 몸이 더 무겁고 힘들어진다. 따라서 옮기는 한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한 발 내딛는 이 순간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 살을 에는 바람을 받아들이고 숨을 깊게 들이마쉬고 내쉰다. 어느새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종주 능선에 들어선다.
지금부터는 바람과의 싸움이다. 큰 나무나 돌이 없기 때문에 강한 돌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몸이 휘청일만큼 거센 바람이다.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단히 긴장한다. 추위도 뒷전이다. 한 걸음이 더욱 명료해진다.
한 걸음이 중요한 건 산행이나 인생이나 비슷한 것 같다. 요즘 특히 그렇게 느낀다. 오늘을 제대로 살지 않고 멋진 내일을 기약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한때 유행했던 '내일의 내가 해결해 줄 거야'는 사실 희망을 잃은 자들의 냉소적인 자기 비하에 지나지 않는다.
청명한 아침이다. 오늘도 힘차게 한 걸음을 내딛어 본다. 그게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지만, 그저 묵묵히 그러나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