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9

손빨래에 대한 소고

by 바나

나는 손빨래를 꽤 좋아한다. 빨래판이 없으니 아쉬우나마, 손으로 조물조물 문지르거나 발로 사근사근 밟아가며 정성스레 옷을 빤다. 세탁기로 하는 빨래는 귀찮아하면서, 손빨래는 별로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약한 섬유는 손빨래를 해야 덜 망가지고 오래 입을 수 있다. 속옷이나 여름 티셔츠, 니트류는 세탁기에 넣으면 금세 낡고 후줄근해진다. 그러니 아끼는 옷들은 가능하면 손빨래를 한다. 여름에는 매일같이 빨랫감이 한가득이다.


손빨래에 특별한 요령은 없다. 세안할 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 부드러운 약산성 빨랫비누를 옷감에 골고루 묻히고 충분히 거품을 낸다. 보들보들한 촉감을 즐기며 신나게 빨래한다. 다만, 너무 오래 문지르면 옷감이 상할 수 있으니, 뭐든 적당히.


손빨래를 한 옷들은 어딘지 더 보송보송하다. 엉키고 짜부라진 채 세탁기 안에서 돌던 놈들보다 훨씬 더 생기가 돈다. 그러니 손빨래는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위한 행위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말은 하도 익숙해서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지인의 카페 일을 돕고 집안일을 하면서, 노동이 아름다운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손이 닿는 곳마다 깨끗해지고, 거기서 무언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게 참 신비롭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빨랫감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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