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18

궂은 날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by 바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그냥 보기에도 태가 난다. 얼굴에 구김살이 없고 대체로 표정이 밝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결에 보다가 자세가 곧고 얼굴이 환한 사람을 보면 좀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얼굴이 잘나고 못난 것보다 그 사람이 지닌 특유의 아우라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가 최근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다. 대개 표정과 몸짓, 말투에서 몸과 마음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투가 묘하게 주눅 들어 있고 표정에 얼핏 어두움이 스치면, 분명 고민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무례하지 않게 안부를 물어봐도 좋다.


하나하나 뜯어가며 관찰하지 않아도 일상은 그 사람의 면면에서 묻어난다. 표정 관리를 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아닌 척, 괜찮은 척해 봐도 이미 나 자신이 메신저이므로 어설픈 가면을 쓸 필요는 없다. 힘든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솔직함의 미덕은 자유로움에 있다. 힘들거나 괴로운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자연히 구겨졌던 얼굴도 조금은 편안해진다. 노골적으로 모든 걸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완벽한 척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삶의 질곡 속에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그러니 지금 나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이란 나쁜 날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나쁜 날을 순순히 인정하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임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이건 궂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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