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33

가장 깊은 마을의 가장 현대적인

by 바나

눈을 원없이 보려던 계획은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해지면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시라카와고'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무엇보다 눈이 많기로 유명하다.


합장하듯 가파르게 올라간 지붕 위로 두꺼운 눈이 쌓인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었을 터였다. 다만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눈이 녹아 비가 오듯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길가에 고스란히 남은 눈이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요새처럼 둘러싸인 산속 마을이 엽서에 나올 것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 험준한 산맥 사이에 처음으로 집을 짓고 정착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긴긴 겨울, 눈 속에 파묻혀 그들은 어떻게 생존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득한 일이다.

자연 속에 고립된 채 자급자족하는 삶이 녹록했을 리 없다. 그들은 풍족한 먹거리도, 마땅한 놀거리도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몹시 소박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삶은 얼마나 넘치게 풍족한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대양을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산속 마을에 매료된 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마을에서 세상 모든 언어가 울리고 색색의 옷깃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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