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주토피아의 하루

by 테일러


Welcome to Batam을 찾아서


그랩 앱을 켰다. 오늘은 좀 멀리 가기로 했다.

판빌 국립공원 동물원. 어제 주토피아2를 봤으니, 오늘은 진짜 동물들을 봐야지.

우선은 Batam sign 먼저. 기사분이 도착했다. 어제보다 친절해 보이는 분이었다.


"Selamat pagi?(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계획을 말씀드렸다.


"Hari ini, saya mau pergi ke Welcome to Batam sign, lalu ke masjid, terakhir ke kebun binatang Panbil.(오늘은 Welcome to Batam 사인, 그다음 사원, 마지막으로 판빌 동물원에 갈 거예요.)"



기사분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말씀하셨다.


"Masjid hari Jumat tutup.(사원은 금요일에 안 열어요.)"


'아, 금요일이라 안 되는구나.'

조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Tidak apa-apa. Saya hanya berfoto masjid. (괜찮아요. 사원 사진만 찍으면 돼요.)"


차가 출발했다. 바탐 시내를 벗어나자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사장의 바탐 사인


한참을 달렸다. 20분쯤 지났을까.


"Sudah sampai.(도착했어요.)"


창밖을 봤다.


'어?'



허허벌판. 붉은 흙바닥.

거대한 'WELCOME TO BATAM' 간판만 서 있었다.


'지도 앱에서 본 것과 다른데...'


공사 중인 현장이었다.


기사분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Saya bisa foto untuk Anda?(사진 찍어드릴까요?)"

"Oh, terima kasih banyak!(아, 정말 감사합니다!)"



차에서 내렸다. 날씨는 흐렸다.

바탐 사인을 등지고 서니 기사분이 핸드폰을 들었다.



"Satu, dua, tiga!"


사진을 찍었다.




'공사장이지만, 뭐 어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파란 지붕의 사원



다시 차에 탔다.


"Sekarang ke masjid?(이제 사원으로 갈까요?)"


기사분과 딜을 했다. 동물원까지 데려다주는 대신 사원에서 10분만 기다려달라고. 1만 루피아를 더 드리기로 했다.


사원은 정말 넓었다. 온통 파란색과 하얀색이었다.

무슬림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기한 분위기에 취했다. 기도실에는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원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판빌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 기사분과 대화를 나눴다.


"Saya lihat banyak orang di masjid. Agama Pak apa?(사원에 사람들이 많던데, 종교가 뭐예요?)"

"Saya Muslim.(저는 무슬림이에요.)"


역시.



"Berapa persen orang Indonesia Muslim?(인도네시아인 중 몇 퍼센트가 무슬림이에요?)"

"Hmm... lebih dari delapan puluh persen.(음... 80% 넘어요.)"


"Wah, banyak sekali!(와, 정말 많네요!)"



문득 어제 본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났다.


"Kemarin saya lihat pohon Christmas di mall. Saya pikir tidak bisa lihat pohon Christmas di Indonesia, karena banyak Muslim.(어제 몰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봤어요. 사실, 무슬림이 많아서 크리스마스트리는 못 볼 줄 알았거든요.)"



기사분이 웃으셨다.


"Muslim, Kristen, Katolik, Hindu. Bermacam-macam ada di sini.(여기는 무슬림, 기독교, 천주교, 힌두교 다 있어요. 다양해요.)"


'아, 그렇구나.'


신기했다.

80%가 무슬림이어도 다른 종교도 존중하는구나.



창밖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바탐에 온 이후로 버스를 한 번도 못 봤다.



"Pak, Saya mau tanya.(기사님, 질문 있어요.)"

"Ya, silakan.(네, 말씀하세요.)"


"Sebelum datang ke Batam, saya pikir naik bus bagus untuk belajar bahasa Indonesia. Tapi saya tidak melihat bus di Batam.(바탐 오기 전에는 버스를 타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기가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버스는 전혀 못 봤어요.)"


기사분이 고개를 저으셨다.



"Kalau bis nothing bisa.(버스는 없어요.)"


"Eh? Benar-benar?(어? 정말요?)

Ah... Kalau begitu, jalan-jalan, mobil, dan motor?(아... 그러면, 걷기, 차, 오토바이만 있어요?)"

"Ya. Mobil, motor, jalan-jalan. Bis tak gunakan.(네. 차, 오토바이, 걷기만 있어요. 버스는 없어요.)"


"Oh my god!"


문득 궁금해졌다.



"Kalau mobil, mahal?(차는 비싸지 않아요?)"


기사분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Harga mobil sama dengan harga handphone.(차 가격이 핸드폰 가격이랑 비슷해요.)"


'차가 핸드폰만큼 비싸다고?'


몇 백만 원짜리 삼성이나 애플 핸드폰이 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다고 했다.


'그만큼 핸드폰이 비싸구나.'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핸드폰이 차보다 훨씬 싸니까.






판빌 국립공원 동물원



어느새 도착했다.


"Sudah sampai. Selamat jalan-jalan!(도착했어요. 즐겁게 구경하세요!)"

"Terima kasih banyak!(정말 감사합니다!)"


동물원 입구. 'Panbil National Park' 간판이 보였다.

브이로그를 찍었다.


"Sekarang saya tiba di kebun binatang namanya 'Eco Edu Park Panbil Nature Reserve Batam'.(저는 지금 동물원에 도착했습니다. 이름은 "Eco Edu Park Panbil Nature Reserve Batam"입니다.)"



매표소로 향했다.


"Satu tiket, tolong.(티켓 한 장이요.)"

"Seratus enam puluh lima ribu rupiah. Termasuk memberi makan hewan.(16만 5천 루피아예요. 먹이 주기 포함이에요.)"


약 15,000원. 나쁘지 않았다.

가이드가 왔다. 나 말고도 남자 관광객 두 명이 더 있었다.


"Ikuti saya.(따라오세요.)"



첫 번째는 잉어 연못이었다. 가이드가 먹이를 건넸다.

연못에 먹이를 뿌렸더니 잉어들이 저 멀리에서 우르르 몰려왔다. 그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브이로그를 찍었다.



"Mau makan ini?(이거 먹고 싶어?)"

"Silakan!(먹어라!)"


혼자 재미있게 놀았다.



두 번째는 앵무새였다. 작은 새장이 아닌 새들이 날아다니는 넓은 곳이었다. 가이드가 모이를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Pegang seperti ini.(이렇게 잡으세요.)"


손을 내밀자 앵무새가 날아와 쪼아 먹었다. 간지러웠다.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메추라기를 키워본 적이 있지만 앵무새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새빨간 앵무새에게 모이를 주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직접 앵무새를 만져보면서, 자유롭게 즐겼다. 그리고 갑자기 사육사가 이곳에 사실 뱀이 있다는 말을 하더니 통에서 잠을 자고 있던 뱀을 꺼내셨다. 크기가 정말 커다랐다. 사육사는 만져도 괜찮다는 식으로 안심시켜주셨지만, 무서웠다.



'저걸 어떻게 만져?'



다른 관광객들도 망설이자, 가이드가 말했다.


"Jangan khawatir. Ular ini makan sekali sebulan. Hari ini bukan hari makan.(걱정 마세요. 이 뱀은 한 달에 한 번만 먹어요. 오늘은 먹는 날이 아니에요.)"



'한 달에 한 번?'


그래도 무서웠다. 조심스럽게 만져봤다.

차갑고 단단하면서 매끄러웠다.


그곳에서 나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어서 간 곳은 조그만 기니피그들이 사는 곳이었다. 발밑으로 기니피그 같은 작은 동물들이 돌아다녔다.



'어? 이게 뭐지?'


가이드가 웃으며 사료를 건네주었다. 그 냄새가 어찌나 진동을 하는지 작은 생명체들이 내 발 밑에 모여서 계속 돌아다녔는데, 정말 귀여웠다. 신기했다. 발밑을 조심하며 걸었다. 그 후 사슴에게도 밥을 주었지만, 기니피그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주토피아2를 봤는데, 오늘 진짜 동물들을 만나니 더 신기했다.


하이킹이나 빈탐섬 투어는 2인 이상만 가능해서 아쉬웠지만, 동물원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센돌을 찾아서


점심때가 됐다. 배가 고팠다. 어제 갔던 나고야 푸드코트로 갔다. 오늘은 센돌을 꼭 먹어야 했다.


'어제는 낮에만 판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먹을 수 있겠지?'



푸드코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제 갔던 음식점들이 전부 문을 닫고 있었다.

시간에 따라 낮과 운영시간이 다른 것 같았다.


"Ayam goreng satu, es cendol satu.(닭튀김 하나, 센돌 하나요.)"



음식이 나왔다. 한 입 베어 물었다.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났다. 닭 밑에는 오이가 깔려 있었다.



'아, 오이...'


오이 향에 민감한 편이라 오이를 피해 닭만 먹었다. 반 이상을 남겼다.

하지만 센돌은 달콤했다. 얼음 위에 연두색 판단 젤리가 가득. 단팥과 코코넛 밀크도 들어 있어서 꼭 팥빙수 같았다.



'이거야!'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어제 못 먹어서 더 맛있었다.






위키드2, 그리고 리클라이너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면서 누워 있었다.


'오후에는 뭐 하지?'


CGV가 생각났다. 위키드2. 한국에서 이미 봤지만, 정말 인상 깊게 본 영화였다. 구글맵을 보니 마침, 오후 3시 55분 상영이 있었다. 부랴부랴 CGV로 향했다.

특별관 상영작으로 가격은 100,000루피아. 약 8,700원.


전날 본 주토피아2보다 두 배나 더 비쌌지만 한국 영화관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티켓을 받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헐!'


고급형 리클라이너석이었다. 넓은 좌석과 발 받침대.

각 자리마다 담요까지 놓여 있었다. 상영 시간 2시간 20분 동안 누워서 담요를 덮고 편하게 봤다.



'한국에서는 이게 얼마지?'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한국 CGV 동일 상영관은 5만원이었다.



'와, 진짜 싸다.'


역시 좋은 영화였다.






박소


영화가 끝났다. 배가 고팠다.

전날 봐 두었던 박소 전문점이 생각났다.


박소는 국물 완자 미트볼 요리. 첫 인도네시아어 선생님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었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셨지만 실패하셨는지 "원래 박소가 이 맛이 아니야.." 하셨다. 그래서 현지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다. 가격은 36,000~40,000루피아. 약 3,500원이었다.



"Saya mau makan makanan yang pedas. Saya mau pesan menu ini, dan saus sambal.(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요. 이거랑 삼발 소스 주세요.)"


박소가 나왔다. 국물에 완자가 둥둥 떠 있었다. 바삭한 두부 튀김과 실당면 같은 국수도 들어 있었다.

삼발 소스를 찍어 먹었다. 매콤했다. 완자 두어 개만 먹어도 배불러졌다. 포만감에 행복해졌다.


'이것도 맛있네.'






크리스마스의 가격


배불리 먹고 Grand Batam을 둘러봤다.

인테리어 용품점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식품이 가득했다.


'오, 예쁘다.'


나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좋아한다.

빨간색, 금색, 은색으로 꾸며진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 장식들을.





가격표를 봤다.

24,535,600루피아였다.


'24,535,600루피아(213만원)?!'



방금 먹은 박소가 40,000루피아였는데..


'박소 600그릇 가격인데?'


작은 장식품도 80,000~100,000루피아. 약 7,000~9,000원이었다.

한국 다이소에서는 가장 비싼 것도 5,0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누가 사지? 진짜 사는 사람 있을까?'


궁금했다. 레스토랑 진열용? 부자들?

하지만 구경은 신기했다. 온통 빨갛고 반짝이는 장식들. 화이트와 파스텔 톤 장식들도 예뻤다.





바틱을 찾아서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면 꼭 하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 '바틱'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본 건 저렴했지만 전부 잠옷용이었다.



'마음에 드는 게 없네.'

내일 다시 찾아봐야겠다.



짐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다가 바틱 매장 사진에서 멈췄다.



'내일은 꼭 찾아야 하는데..'



바틱 없이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나를 위한 선물이니까.


'내일은 꼭 예쁜 걸로 하나 사야지.'



눈을 감았다.

마지막 하루만 남았다.


이전 09화8. 바탐에서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