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탓

by Taylor

눈이 내려서 덮인
그 소복한 길을 걸으면

발로 우리는 우리의 길을
표시한다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가 걸은 길은
파이고 쌓이고 흐려져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끝내 잊는다

그 막막함을 눈송이가
어찌 알겠는가

무고하게 내리는
그 순수함이 미워질 때

나는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죄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디딜 곳은 어디에나 있기에

또 다른 자국을 남기며
또다시 사라지도록

눈밭에 작게 입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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