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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실패자.

비자발적 딩크부부 이야기(3)

by 타자기

"언젠가는 될 거야."

"힘내, 잘 될 거야."


제발 닥쳐주길.


애써 진심인 척, 안타까운 척.





우연히 아기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흐르던 지난 5년의 시간.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 지인의 아기를 보고 울컥해 버렸다. 조금씩 눈물이 새어 나온다. 행복해 보이던 부부의 모습. 아이의 엄마는 나보다 2살이 어렸다.


언제쯤 이 눈물은 마를 수 있을까.


동서가 둘째를 낳았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어렵다.


너무 어렵다.




여자, 척추측만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그리고 시험관 실패자.


2020년 나에게 찍힌 낙인이다.


어떤 병원에 가든, 어떤 의사를 만나든. 의무기록이 먼저 말한다.

'다낭성, 시험관, 실패. 실패. 실패.'

한줄, 한줄, 또 한줄. 이 브랜드의 테스트기를 사보고, 저 브랜드의 테스트기를 사보고.


다른 사람과 어렵게 나의 아픔을 나누면,

"다음엔 잘 될 거예요."라는 말뿐.

다음이 있다는 게 때로는 희망이 아닌 고문이 될 때도 있다.


그리고 난 이제 '어떤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이를 가질 확률이 낮은 여자'.

부모님은 아직도 희망을 놓지 않으셨다.

시부모님은 이제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남편은.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기만 할 뿐.




이젠 사람들의 위로의 말조차 더 이상 들려오질 않는다.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물가물하다.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마음의 말들이 겹겹이 쌓여왔던 2020년.


5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마음을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답잖은 위로가 다 거짓이라고 믿었던 과거의 나는 다시 마음을 열었다. 어떠한 작은 계기로.


그 이후부턴 아기의 탄생을 억지로라도 축하해 줄 수 있는 내가 되었다.


올해 말, 동서가 낳은 둘째의 돌이 찾아온다. 그때의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까.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내 눈에 내 동서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내 남편도 자기 남동생을 부러워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두렵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두렵다.


예전의 우리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이제 그 소망은 무거워졌다. 너무 무거워서 매일 엉엉 울고 싶을 만큼. 그 소망은 실패자라는 거죽이 되었다.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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