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면 충분하다
닭1은 다르게 태어났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고 빼앗기던 닭1은 동료들과 탈출을 도모했다. 주인이 잠든 틈을 타 펜스를 넘었고, 끝내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닭1의 목깃이 하나둘 희어지기 시작했다. 갈색은 사그라지고, 흰빛이 번져 갔다.
처음엔 모두가 감탄했다.
“넌 정말 멋져.”
닭1은 무리를 이루어 양계장 뒤편 산에서 살기 시작했다. 탈출 이후엔 더 거친 일들이 이어졌다. 그 시간만큼 목깃은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어느 날, 동료들이 말했다.
“넌 우리랑 너무 달라졌어. 너랑 멀어지고 싶어.”
닭1은 슬펐지만 받아들였다. 흰 목덜미를 지닌 채 다른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등성이를 넘으며 여러 동물을 만났고, 겉으로는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오래 머무를 자리는 아니었다. 여우는 겨울 굴을 손봤고, 노루는 젖은 발굽을 핥았다. 두더지는 흙을 튕겨 올리며 터널을 잇고, 까치는 번들거리는 쇳조각을 몰래 숨겼다. 누구도 오래 묻지 않았다.
그럴 때면 닭1은 양계장에 남은 닭들을 떠올렸다. 순간,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쓸모가 정해져 있는 존재들. 닭1은 자신이 문제라고 여겨 보았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무슨 말을 해도 닿지 않는 이들은 답답하다. 결국, 고기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래서 닭1은 기대하기를 그만두었다.
이해와 포용을 청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절망은 왔지만, 수용은 빨랐다. 대신, 기대로 버텼다. 모든 생명은 닭에게 기대기만 했고, 책임을 나누어 주는 이는 없었다.
언젠가 하얀 깃털이 온몸을 덮어 그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닭1은 살아가기로 했다. 개울물을 마시고, 새싹 옆에 숨은 지렁이를 쪼아 먹고, 비 오는 날이면 목을 치켜들어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닭1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