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실 그리고 진심

가식은 나를 살리고, 진심은 나를 시험한다

by 청안

사람들은 사실에 관심이 없다.

사실에 예쁜 옷을 입히면 진실이 된다.

진심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이 자신을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아, 마이크 잘 들립니까? 이제부터 저의 고백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위선주의자입니다. 진심인 척, 예쁜 포장지를 덧씌운 말이나 선물을 건네는 게 특기이지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고, 제 편이 됩니다. 제 편이 된 사람들은 제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저는 그것을 발판 삼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일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분명 이 역겨운 행위에도 일말의 애정과 수고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관찰하며 선호를 알아내고, 행동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모양의 애정을 드리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꽤나 투자되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감히 그것을 ‘진심’이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고 싶습니다. 이토록 공을 들여 가면을 쓰는 사람은 잘 없지 않습니까?


분홍 모자를 쓰신 숙녀분, 손을 드셨네요. 질문이 있으시다고요?

아,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말씀이시군요. 저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란, 정체된 바다처럼 생명력이 결여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삶이란, 시든 꽃 무덤에서 나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삶이지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합쳐지면, 봄날의 땅에서 나는 향기가 온 감각을 간질입니다. 저는 이 기분을 꽤나 좋아하지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저는 가식 덩어리입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저는 사랑받고 싶습니다.
진심은... 글쎄요, 어디 있을까요?


이 자리에서 저는 요구합니다.
진심이 결여된 선행도 가치가 있다고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도덕과 윤리가 더 이상 돈도 명예도 되지 않는 세상에서, 진심이 결여된 선행조차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데 쓰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저는 조용히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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