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덕 씨의 평화
순덕 씨는 곳간을 망쳐놓던 일곱 마리의 쥐를 잡았다.
온갖 방법을 써도 잡히지 않았는데,
K사에서 개발한 쥐덫을 놓으니 모조리 포획할 수 있었다.
순덕 씨는 그들 때문에 꽤나 슬펐다.
겨울을 날 쌀을, 저들이 갈취했다.
순덕 씨는 산 채로
쥐들의 내장을 헤집어 놓고,
꼬리를 한 칸씩 자르고,
머리를 조금씩 열고,
그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배를 연 채로 사흘을 보냈다.
작은 짐승들은 끊임없이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순덕 씨에게 찬송가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끝내 일곱 마리는 생명을 다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볏짚에 불을 붙여
시체까지 불태웠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잿더미에 주먹질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잿더미를 철창에 가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철창 앞에 가서 매일 욕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쥐들의 자식을 찾아내
번식하지 못하도록
다 죽였다.
그리고 모든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얻은 건 마음의 평화.
잃은 것도 마음의 평화.
그래도 순덕 씨는 웃을 수 있었다.
시끄럽게 짖어대며 나의 곡식을 파먹던 그 입들이,
어둠 속에서 나를 비웃던 그 눈들이,
까만 가루로 변해
오로지 침묵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덕 씨는 잿더미를 보며
마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