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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May 13. 2023

묵호성당과 '라 파트리치오' 신부!

46. 브런치스토리와 떠나는 동쪽여행

묵호성당 지키다 순교, 라 파트리치오 신부
한국전쟁 피해자 중 종교지도자의 한 사람이며 한국전쟁을 통해 기억해야 할 순교자,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삶을 돌아본다.

라 파트리치오  신부는 1915년 10월 21일, 아일랜드에서 출생했다. 그의 고향은 아일랜드 땅 중간쯤에 자리 잡은 웨스트미스 주 드럼러니인데, 바다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라 신부는 태어난 지 19일(1915년 11월 9일) 만에 유아세례를 받았다. 1934년 달간 파크 신학교에 입학을 하고, 1940년 12월에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에서 서품을 받았다. 기록에 따르면, 동기들은 그를 평소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지닌 분이었다고 회고한다.


라 신부는 1941~1946년 영국에서 선교활동 후, 1947년 중국 상해로 건너가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1948년(33세)에 한국에 도착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선교사들이 동물 싣는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라 신부 역시 동물 싣는 화물선을 타고, 배 멀미를 하는 동물들과 함께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왔다.           

라 신부와 같은 고향의 옥 베르나르드 신부가 1974년 만우골 골방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

첫 파견지 원주 원동성당에서 한국 신자들의 깊은 신앙심을 목겼했다. 주일에는 1,100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 참례뿐 아니라, 평일도 100명 이상이 미사에 참례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다음 파견 지는 묵호였다. 강원도의 동쪽 해안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1949년 3월, 그가 제2대 주임신부로 부임했을 당시 묵호는 인구 1만 5천 명의 작은 어촌이었고, 성당 신자 수는 시내 30명, 시골(만우골, 남양골, 쇄운리) 50명 이상이었다. 라 신부가 묵호성당에서 사 목 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이 남침한다. 6월 27일엔 북한 공산군 육전대 병사 1,800여 명이 동해안의 옥계, 정동진, 금진지역에 기습적으로 상륙했다.    

묵호성당, 순교비, 사진_조연섭
 양들을 버리고 목자가 혼자 도망갈 수 없다


그때 신부는 삼척 성내성당의 진 야고보 신부를 찾아가 뜻을 같이하기로 한다. 라 신부는 "가톨릭 신앙으로 최후까지 성당을 지키자"라며 죽을 각오를 하고 묵호성당으로 돌아왔다. 배를 마련한 신자들은 부산 피난을 간곡히 권유했지만, 신부는 "양들을 버리고 목자가 혼자 도망갈 수 없다"라며 거절했다.    

순교비, 사진_조연섭

6월 29일 공산군이 묵호성당 코밑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만우리 골짜기에 살던 남봉길 프란치스코 회장은 어렵게 신부를 설득시켰고, 라 신부는 그를 따라 만우골 골방생활을 시작했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7월 29일경 라 신부는 공산당원에게 붙잡힌다. 공산당원들은 소고삐로 신부를 결박해 살구나무 옆에 무릎 꿇렸다. 이후 라 신부는 묵호지서로 끌려간다. 그렇게 고난을 겪던 라 신부는 같은 해 8월 29일 다른 포로 둘과 함께 밤재굴 남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골짜기에서 총살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라 신부의 시신은 1950년 11월경 수습됐다. 묵호경비사령부 백기조 중령과 이경재 군종신부는 김종렬 군의 안내로 그의 유해를 찾은 뒤 묵호경비사령부 앞 가묘에 안장했다. 1951년 봄 골롬반회 브라이언 게라티 신부는 라 신부의 이장을 추진했고, 라 신부는 묵호성당 신축 예정지에 안장됐다 1951년 10월 춘천 죽림동성당 성직자 묘역으로 옮겨진다.

성직자 묘역 춘천 죽림동 성당, 사진_권석순

권석순 전, 강원대학교 외래교수는 묵호성당 순교자 현양위원장으로 묵호성당 70주년 기념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전기 <라 파트리치오, 그리고 동쪽 바다 묵호>를 발간하는 등 신부의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한 생애 기록은 물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석순 테레사 지음, 라 파트리치오 신부의 전기 표지
참고문헌_ 아일랜드서 온 신부님, 당신을 기억합니다. (오마이뉴스, 2019년 3.13, 조연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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