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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 화려함 덜어내고 본질을 찾자!

187.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16일,휴일 아침 동해 추암해변에서 아침을 열었다. 날씨는 영상 6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이 오르는 맑고 포근한 봄 기온이다. 일출과 맨발 걷기로 소풍 같은 동해의 휴일 하루가 시작됐다. MTC(막걸리학교 트레킹 클럽) 회원 20명과 함께 20분 거리의 다음 코스 다시 찾은 묵호 ‘논골담길‘로 달렸다. 등대마을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을 위해 논골담길을 소개했다. 나는 논골담길을 '민관 거버넌스로 지속성을 유지한 커뮤니티 아트 사례' 로 소개했다. 바람이 스치는 골목을 걸으며 회원들은 감탄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동해 논골담길이 알려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사이 일부 골목의 경우 원형이 사라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최고의 캔버스 이면에 묵호 특유의 정취가 희미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논골담길의 재도약을 위해 “유행과 화려함을 덜어내고 복제할 수 없는 묵호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골담길 2길 <MTC 회원>, 사진_ 조연섭
추암 여명, 사진_ 조연섭

도시화와 원형 보존의 갈림길

도시는 변한다. 도시화는 필연적이며, 관광지로서 논골담길의 성장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화의 방향이 지역의 본래 정체성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때, 그 공간은 더 이상 ‘특별한 곳’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 되고 만다. 논골담길의 경우 묵호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 벽화마을로 조성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핫플로 15년간 맥을 이어오는 민관 거버넌스로 지속성을 유지한 흔치 않은 국내 사례다. 시간이 흐르며 벽화의 의미가 흐려지고, 원래의 골목길 풍경과 지역민들의 생활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 논골담길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과연 논골담길이 지속 가능한 문화공간이 되려면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단순한 관광지로서 소비될 것인가, 아니면 묵호만의 고유한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인가?


논골담길이 나아갈 길, 화려함을 덜어내고 본질을 찾다

논골담길이 지속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제할 수 없는 묵호의 복원’이 필요하다. 논골담길은 묵호 사람들의 삶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 벽화가 장식이 아니라, 과거 묵호항과 논골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형태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술사 프로젝트를 통해 논골 주민들의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공간 디자인과 해설에 반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도시화는 필요하지만, 기존의 지역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도시계획과 보존 전략이 필요하며, 기존의 문화재생사업이 상업적 개발로 변질되지 않도록 공공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논골담길, 묵호의 길을 되찾아야 한다

관광지로서 논골담길이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논골다움’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다. 논골담길의 가치는 그곳이 묵호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도시화와 상업화의 흐름 속에서 논골담길이 다시 묵호의 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려함을 덜어내고 본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논골3길을 걷는 회원들, 허시명 교장과 MTC 회원 인증샷, 사진_ 조연섭

이날 MTC(막걸리학교 트레킹 클럽)과 함께 방문한 술평론가 허시명 교장은 “논골담길은 최고의 캔버스를 자랑한다. 바람이라면 묵호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복제할 수 없는 묵호’ 논골담길로 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느림편지 체험에 참여하는 MTC 총무 배혜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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