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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솔길' 여행 어떠세요?

196.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5일 아침, "진짜 똑똑한 사람은 ‘필요한 싸움“을 한다."라는 브런치 스토리 글을 농악인 연합회 모 이사장에게 보냈다. 이사장은 '입장을 바꾸고 생각을 바꿔보면 보인다.'라고 답이 왔다. 나는 '나의 전생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더라고요. 상대가 나의 전생이라니. 늘 성찰이 정답이죠 라며 답을 보냈다. 이사장은 “성찰도 오솔길 걸어본 사람만이 안다.”라고 다시 답이 왔다. 나는 오솔길을 알려주세요라고 답을 보냈다. 이번에는 “절, 뒷산, 풍경소리 들으며 잠 시 멈춰 물 한 모금 입에 물면 그곳이 ’ 오솔길‘ 이어라. “라고 답을 보내왔다. 네 오늘은 오솔길을 걸어 보겠습니다. 난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가 천년고찰 삼화사 뒤에 은거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라고 했다.

오솔길은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을 말한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오솔길’은 인생의 비유로 자주 등장한다. 바쁘게 달려가는 도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길. 그래서 국악인 모 이사장의 말처럼, ‘오솔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성찰을 안다’는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지혜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수요일 아침, 나는 ‘진짜 똑똑한 사람은 필요한 싸움을 한다’는 글을 보냈다. 이사장 답변은 ‘입장을 바꿔 생각을 바꿔보면 보인다’였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만 세상을 본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필요 없는 싸움을 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보는 순간,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사소한 전환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


나는 이에 대해 ‘법경의 이론’과 ‘전생’이라는 개념을 빌려 답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을 전생의 연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길 때, ‘저 사람이 내 전생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분노는 가라앉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생긴다. 결국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성찰’이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 이사장은 여기에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성찰도 오솔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안다.”

오솔길이 주는 깨달음, 나는 이 말이 너무 궁금했다. 다시 물었다. “오솔길을 알려주세요.”

이사장은 짧고 명확한 답을 보내왔다.

“절, 뒷산, 풍경소리 들으며 잠시 멈춰 물 한 모금 입에 물면 거기가 오솔길이여라.”

폭이 좁고 호젓한 길, AI 프롬프트_ 조연섭

이 말이 나에게 주는 울림은 깊었다. 오솔길은 그냥 좁은 길이 아니다. 그것은 걸으면서 ‘멈추는’ 길이다. 풍경을 보고, 자연을 느끼고, 물 한 모금을 머금으며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길. 바쁘게만 달려가던 삶에서 잠시 멈추어야 발견할 수 있는 길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빨리빨리’라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소비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오히려 천천히 가야 보인다.


나는 문득 고려 말 이승휴가 삼화사 뒤편에 은거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그도 아마 세상의 흐름을 읽기 위해 바쁜 도시를 떠나 오솔길을 걸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저서 ‘제왕운기‘는 한 인간이 깊은 성찰을 통해 정리한 역사에 대한 표현이다. 그가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며 정리한 사유의 흔적은, 결국 우리가 걷는 오솔길과 다르지 않다.


오솔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결국 성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싸움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사장의 말은 깊은 지혜를 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오솔길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산속에서, 누군가는 바닷가에서, 누군가는 조용한 골목길에서.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멈춤’을 경험하는 것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필요한 싸움’을 하지만,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오솔길을 걸으며, 오늘은 오솔길을 걷자. 천천히 가보자. 거기서 인생의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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