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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901일, 길이 되고 시간이 되다!

196.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901일째 글을 쓴다. 숫자를 보고 나도 놀랐다. 하루하루 쓴 글이 어느새 900을 넘어섰다. 901이라는 숫자를 목표로 했다면 가능했을까? 아니다. 계획이 아니라 습관이었고, 노력이라기보다 과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면서 길을 만들었고, 걸으면서 기록을 남겼다.

AI 프롬프트_ 조연섭

시작은 ‘논골담길’의 원형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기획자로서 이 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왜 의미 있는 공간인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잊히지 않도록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브런치 스토리에 첫 발을 내디뎠고, 100개 이상의 글을 완성해 브런치북으로 엮었다. 그 글이 끝나는 순간, 또 다른 기록의 길이 열렸다.


그 길은 우연하게 박동창 회장 책을 접하고 만난 해변맨발 걷기였다.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맨발로 땅을 디디기 시작한 지도 421일째다. 몸의 감각이 살아났고,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글을 썼다. 맨발 걷기를 매거진으로 만들고, 또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이어갔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는 도전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의 삶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세 번째 여정을 기록하는 중이다. 대학원에서 학문적 글쓰기를 연구하며 ‘만학일기’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다. 논골담길에서 시작된 글쓰기가 맨발 걷기로 이어지고, 이제는 학문 연구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기록은 글쓰기가 아니라, 내 삶의 궤적을 남기는 일이 되었다.


놀랍게도, 이 작은 기록들은 많은 이들과 연결되었다. 하루 평균 400명이 브런치를 방문하고, “KTX 동해선은 겨울 바다 가는 길” 같은 글은 1만 명이 넘게 읽었다. 지금까지 내 브런치를 통해 글을 읽은 사람이 25만 명을 넘었다. 처음은 내 기록이었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되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 되었다. 걷기와 글쓰기, 이 두 가지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이 없었다면 걷기의 의미를 놓쳤을 것이고, 걷기가 없었다면 글의 깊이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901일을 넘어 또 다른 900일을 향해 나아간다. 기록은 길이 되고, 길은 다시 이야기가 된다. 언젠가 누군가는 논골담길에서, 또 누군가는 겨울 바다 가는 KTX에서, 혹은 맨발 걷기 흔적 속에서 내 글을 만날 것이다.


901일이 지나고 1800일이 되어도, 3000일이 되어도 나는 계속 걸으며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만의 길을 기록하며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오늘도 나는 한 발 더 내디딘다. 다음 900일도,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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