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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위의 청춘, ‘DJ윤… 음악이야기‘ 인기!

198.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한 사람의 인생을 반추할 때, 무엇보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소리’다.

첫사랑의 목소리, 어머니의 자장가, 혹은 어느 여름날 흘러나오던 라디오의 선율.


지금, 동해 묵호 ‘갤러리 바란’에서는 기억의 소리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은 “나의 음악이야기 展”. 일명 DJ윤, 황윤규 씨가 반평생에 걸쳐 수집한 LP와 매킨토시 앰프, 축음기, 그리고 방송 장비들이 빛과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말하고 있다.


황 씨의 수집은 우리가 말하는 취미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었다.

검은 원반 위에 새겨진 수천수만 개의 소리 골은 그 자체로 역사이고, 사랑이며, 유년기와 청춘의 증언이다.


전시장은 마치 작은 음악박물관 같다.

뮤직박스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 직접 축음기를 돌려보며 ‘탁’ 하고 시작되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감탄하는 아이들, 그리고 방송 체험 부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며 DJ의 감각을 흉내 내는 청소년들. 소리와 시간이 엮여 낯설지만 익숙한 체험이 된다.

임시 스튜디오, 사진_ 황윤규

나 역시도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1982년으로 돌아갔다.

포항 우체국 앞, 지하 음악다방 ‘예나르’에서 턴테이블에 LP를 올리고, 손끝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음악을 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은 음악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손과 감성으로 흘러나오던 시대였다.

청춘의 고백도, 이별의 위로도 DJ의 목소리와 함께였다.


그 시절의 나는 소리를 틀었던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는 그 소리를 기획하고 전시하는 사람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음악에 대한 마음만은 LP처럼 꺾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돌고 도는 중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어쩌면 이 봄날, 가장 따뜻한 음악 감상이 될지 모른다.


스피커가 아닌 공간이 전하는 공명, 기계음이 아닌 추억이 켜지는 순간.

묵호의 바닷바람 속, 당신의 마음에도 오래된 소리 하나가 잔잔히 울릴 것이다.

전시장 분위기, 사진_ 조연섭

글 | 조연섭 (문화기획자, 전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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