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노트_ 동쪽여행
주말인 6일 오후 동해 무릉계 초입에 자리한 갤러리 '월산아트만'에서는 따스한 봄기운을 닮은 향기나는 전시가 개막됐다. 구곡의 고향 무이산 버금가는 풍광을 자랑하는 무릉계에 둥지를 튼 월산아트만 관장 김형권 화백의 드로잉 전시회다.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유명 화가 등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감동을 나눈 자리였다.
이날 개막식은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국제미술가협회 이상용 회장, 구상미술의 거장 김종수 화백 등 여러 인사들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중에서도 김형권 화백을 오랜 시간 지켜본 이상용 회장은 그를 “몸 자체가 예술인 사람”, “예술의 혼이 울림이 되어 동해에 스며든 존재”라 칭하며, 그의 진심 어린 예술 행보에 깊은 존경을 표했다.
김 화백은 자연환경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적 여건은 넉넉하지 못한 동해에서 10년째 미술관을 이끌어오고 있다. 서울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뒤로한 채, 동해의 사계절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민과 예술의 감동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이번 드로잉 전을 ‘공개적인 개인전’이 아닌, ‘조용한 가족 초대전’이라 표현했다. 지난겨울, 창고 속 곰팡이 난 작품들을 정리하던 중 문득 ‘그림을 통해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고 한다. 크로키와 드로잉을 통해 감정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화가의 길임을 그는 믿는다.
함께한 김종문 전 동해시 부시장은 “문화예술은 시민 모두의 삶 속에 있어야 한다”며 ‘해당화’라는 제목의 삼행시를 지어 큰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드로잉 퍼포먼스, 현장 그림 시연 등도 이어지며 예술과 시민의 경계가 허물어진 뜻깊은 자리였다.
예술이란 결국 ‘피고 지는 꽃’처럼 우리 일상 속에 피어나는 감정의 언어다. 김형권 화백의 그림은 거창하지 않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울림이 크다. 오는 5월 30일까지 이어갈 봄날 동해에서 시작된 전시가 우리 마음속에도 하나의 꽃이 되어 오래 피어나길 바란다.
전시 개막식 포토 리뷰, 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