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아카이브_동해
동해문화원 국가보훈부 '보훈해봄 공모사업'이 '추억의 위문편지 쓰기'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동해시 어촌활력증진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공감이 주관하고, 동해문화원이 협력하여 오는 6월 21일, 지역 기관 연계사업으로 올 가능까지 진행되는 ‘2025 어대노 북 페스타’ 참여 프로그램으로 동해시 어달항 어달카페 일원 야외데크에서 펼쳐진다.
이번 편지 쓰기 행사의 중심에는 한 인물이 있다. 1960년대, 동해 묵호항 근처엔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한 청소년들이 많았다. 이때 해군 1함대의 전신 묵호경비사령부 소속 권세춘 해군중사는 그런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자신의 집에서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교실도, 책상도 없었지만 아이들은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권 중사와 함께 꿈을 키워갔다. 이 작은 불씨는 곧 해군의 협력을 통해 일심학교라는 정식 교육기관으로 발전했고, 1986년까지 1천 명에 달하는 학생을 배출했다. 이는 군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한국형 공공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위문편지 행사는 그 해군의 지역사랑 정신과 공익수호 기억을 다시 불러오고자 마련되었다. 참가자는 권세춘 해군중사와 함께 일심학교를 세운 김수남 군목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작성하게 되며, 올 9월까지 3회 이상 편지 쓰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은 이후 가을에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응모된 모든 편지는 출판물에 수록되며, 우수 참가자에게는 각 50만원 3명, 기타 등 총 2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전달된다.
또한, 이날 행사는 편지를 직접 낭독하고, 음악과 함께 그 정신을 나누는 작은 축제로 확대된다. 특별히 우종민 밴드가 초청되어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공연을 펼칠 예정이며, 참가 가족을 위한 ‘노을 요가 클래스’도 함께 진행된다.
행사명: 2025 어대노 북 페스타 ‘위문편지 축제의 날’
일시: 2025.6.21(토) 오후 1시~7시
장소: 동해시 어달항 일원 (일출로 230)
대상: 전국 청소년 가족 선착순 30 가족
내용: 권세춘 해군 중사 및 김수남 군목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 작성 및 낭독
접수 마감: 6월 18일(수)까지
특전: 참가자 전원 편지 출판 / 우수작 총 200만 원 상당 상품권 증정
주최/주관: 동해시,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공감
후원: 해양수산부, 건축공간연구원, 강원특별자치도
협력: 국가보훈부, 동해문화원
문의: 동해문화원 033-531-3298
편지 쓰기, 참고자료
1960년대 대한민국은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불균형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동해의 자랑, 해군 1함대와 해군 장병의 청소년 사랑의 상징으로 동해시에 설립한 일심 중·고등학교는 해군과 지역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였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꿈을 실현시킨 이 학교는 ‘참군인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한 사례로,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지역사회와 군의 협력 모델, 일심학교 설립
1964년, 권세춘 해군 중사의 자택에서 시작된 6명의 소규모 수업은 1967년 묵호경비부의 지원으로 일심중학교로 발전했고, 1975년 고등학교 과정까지 설립되었다. 일심학교는 해군이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청소년 문제를 해결한 선도적인 사례였다.
당시 학교 설립 과정은 군인과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군 병사들은 교사가 되어 청소년을 가르쳤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지역 주민들의 후원과 군목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마련되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지역사회의 교육 격차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군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해군 1함대 장병들은 군사적 임무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특히 김수남 군목의 사례는 참군인의 희생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학생들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취업 지원에 헌신하다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력은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졸업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생님들은 강한 품성과 윤리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도덕성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이 교육 방식은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모범적인 삶을 살게 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해군의 정신이 학생들에게 전수된 결과라 볼 수 있다.
맞춤형 교육의 선구적 사례
일심학교는 실업계 중심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여학생들은 부기, 주산, 타자와 같은 실무 기술을, 남학생들은 항해 및 기술 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졸업생들은 현장 중심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지역 사회와 산업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오늘날 직업 교육과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게 한 사례다. 학생들의 개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21세기 교육 체계에서도 유효한 모델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
첫째, 군은 안보 책임은 물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인구 감소와 교육 격차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군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가치를 실천한 교육의 모범 사례였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이 모델은 오늘날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김수남 군목과 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리더십은 현대 조직에서 필요한 가치다. 이타적이며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야말로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넷째, 일심학교가 제공한 맞춤형 직업교육은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학생들의 개별 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역 및 산업계와 연결된 교육과정은 현대의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시스템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
참군인의 정신을 이어받다
‘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해군 1함대의 지역사랑 정신은 일심학교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 학교는 교육 기관보다 군과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든 ‘희망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정신을 기억하며, 지역 사회와 군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가야 한다.
해군 1함대와 일심학교의 역사는 참군인의 정신과 지역 사회의 연대를 상징하며, 지금도 우리에게 ‘어떻게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 유산은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중요한 가치로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