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아카이브_동해
동해 행복한섬 해변, 한때 넓고 평탄했던 모래사장은 지난해 우측 송정 방향부터 밀물로 아예 백사장이 갈라지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 최근 다시 북쪽 방향도 깊게 파인 물길과 함께 절단된 모습으로 변해 있다. 해안선 가까이에는 암반이 넓게 노출되고, 해변 곳곳에는 미역 등 해조류가 대량으로 쌓여 있다. 이곳에서 목격한 해안은 풍경이 아니라, 동해안 전체가 직면한 환경 위기의 축소판이다.
동해안 해변의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동해안 전역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연안침식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강원·경북 동해안의 해변 65% 이상이 침식 위험(C·D등급)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강릉 사천진 해변은 1년 만에 해변 폭이 17.9%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국립해양조사원, 2023).
이 같은 침식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고파랑(높은 파도) 빈도 증가, 태풍 및 계절풍의 강도 변화가 꼽힌다. 김태형 국립해양조사원 박사는 “최근 동해안 침식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인위적 개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김태형, 2023, 「한국 동해안 연안침식의 원인과 대응방안」).
해안 침식은 자연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항만·방파제·해안도로 등 인공 구조물의 설치가 해류와 모래 이동을 방해하면서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해양공학)는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은 일시적으로 침식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근 해변의 모래 공급을 차단해 침식을 심화시킨다”라고 지적한다(조원철, 2021, 「해안침식과 해양환경」).
사진에서 보이듯, 해변에는 미역 등 해조류가 대량으로 밀려와 쌓여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5~6월은 미역 등 해조류의 자연 탈락기”라며, “수온 상승으로 해조류의 탈락 시기가 앞당겨지고, 해류 변화로 해안 퇴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국립수산과학원, 2024, 「동해안 해조류 분포 변화 보고서」).
행복한섬 해변의 침식 시작과 해조류 퇴적은 동해안이 직면한 복합적 해양환경 위기의 현장이다. 해변의 모래가 깎여나가면서 해안선이 후퇴하고, 해조류가 대량으로 쌓이는 현상은 해안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해안침식의 근본 원인 분석과 함께, 인위적 개발의 재검토,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연안관리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현장을 기록하고, 해안환경 보전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