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아카이브_동해
요즘 강원 동해시 추암해변에 뜻밖의 장면들이 종종 펼쳐진다. 일출을 보기 위해 해변을 찾은 시민들 사이로, 보드에 선 남녀 한 쌍이 조용히 바다로 나아갔다. 이들은 부부였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두 사람은 패들을 천천히 저어 나아갔다. 지난 5일 아침은 서서 7일 오늘은 앉아서 이동하는 모습이다.
Ai에 문의한 결과, 부부가 즐긴 스포츠는 ‘스탠드업 패들보딩’, 줄여서 SUP(Stand-Up Paddleboarding)이다. 서핑 보드와 비슷한 장비 위에 서서 긴 패들을 이용해 수면 위를 이동하는 이 스포츠는 파도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 호수나 강, 잔잔한 바다에서도 즐길 수 있다. 이날처럼 일출이 아름다운 바다라면 금상첨화다.
부부는 “우연히 SUP를 접한 뒤 주말마다 동해를 찾고 있다”며 “특히 추암해변은 일출이 아름답고, 바람도 비교적 잔잔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해변은 이른 아침임에도 바람이 거의 없고 수면도 잔잔해 초보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SUP는 전신 근육을 사용하는 저강도 운동으로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SUP를 ‘균형과 체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심신 건강 활동’으로 소개하며, 특히 자연과의 교감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부가 보여준 장면은 하나의 삶의 방식에 가까워 보였다.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맨발로 모래를 딛고, 해가 떠오르는 바다 위에서 둘만의 호흡으로 노를 저어 가는 그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평온하게 만들었다.
동해시는 망상, 어달, 추암, 묵호 등 다양한 해변 자원을 갖추고 있으나, 해양 스포츠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이 같은 자발적 이용 사례는 향후 지역 관광과 문화 정책의 실험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대규모 상업시설이 아닌, 자연 기반의 개인 참여형 콘텐츠로 전환되는 관광 트렌드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관계인구 유치형 관광전략’에서도, 지역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개인의 체험과 경험 중심 활동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추암해변을 찾은 이 부부처럼, 지역과의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레저와 힐링, 그리고 관계 중심 관광이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의 새벽은 단순한 일출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바다 위에서 사랑을 저어 가는 부부의 모습은, 결국 우리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다시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