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완성되는 나의 계절

211.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나는 땀이 적은 사람을 보면 부러워한다.

그들은 한여름에도 깨끗한 손등처럼, 마른 이마를 가진다.

반면 나는 7월에 태어났다.

햇볕이 가장 높이 서는 달, 숨이 막히도록 뜨거운 대지 위에서 태어나 그때부터 더위를 타는 운명을 부여받은 것만 같다.


여름이 오면, 내 몸은 늘 준비되어 있다.

옷깃이 젖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줄기가 마치 내 안의 모든 진심을 흘려보내는 듯하다.

나는 황기도 먹어 보았다.

몸을 차게 해 준다는 음식도 섭렵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젖은 셔츠와 머금은 숨결, 그리고 “너는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니?”라는 사람들의 의아함뿐이었다.

AI 프롬프트_ 조연섭

땀이 적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 마음은, 사실 내 몸에 대한 미움이자 인간이 자연을 이기고자 하는 덧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더위는, 그리고 땀은, 태양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가며 남긴 기록이다.

나는 그것을 지우고 싶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땀이란 내 몸이 살아 있다는 가장 선명한 서명이다.


여름마다 고생이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이 계절을 진정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에어컨 바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태양과의 가장 가까운 대화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받아들이려 한다.

7월에 태어난 이 몸이, 7월의 더위를 견디며 흘리는 땀이, 내가 이 여름을 살아냈다는 증거임을.


본격 여름의 시작, 그때 나는 또 한 살을 먹는다.

그 해의 모든 땀방울을 모아, 나라는 한 사람의 시간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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