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여명·일출, 추암에서 만난 계절의 변주!

220. 노트_ 동쪽여행

by 조연섭

가을 문턱에서, 매미소리와 걷기

추암해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늘 새롭다. 오늘은 맨발 걷기 574일 차, 휴가도 없이 달려온 문화노동자의 일상이지만 휴일의 여유가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붉게 물드는 여명과 천천히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묻는다. ‘이것이 가을의 소식일까?’ 바람은 여전히 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었지만, 공기 속에는 미묘한 전환의 기운이 감돌았다.


기온이 내려가면 울지 않는 매미는 한껏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름의 생명이 발산하는 소리이자, 곧 다가올 계절의 변화를 미리 알려주고 떠나려는 나팔 같았다. 요란한 매미의 합창은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진동으로 다가왔다. 뜨거운 햇살과 파도의 냉기를 함께 품은 해변의 공기는, 인생의 상반된 결을 동시에 안고 가는 우리의 삶을 닮아 있었다.

8.31(일) 추암일출, 사진_ 조연섭

추암 갯바위에 일출이 걸릴 때,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나 또한 잠시 맨발을 멈추고, 발바닥으로 들어오는 땅의 온도를 느꼈다. 뜨겁고 거친 돌, 차갑고 부드러운 모래, 그 모든 질감이 마치 세월이 남긴 기억처럼 켜켜이 쌓여 있었다.


휴일 아침, 많은 이들이 늦잠을 택했을 시간에 나는 파도와 매미와 함께 걸었다. 이 선택은 삶을 가꾸는 방식이다. 여명은 내게 새로운 희망을, 매미 소리는 지금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를, 일출은 다시 살아가라는 다짐을 안겨주는 듯하다.


가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매미가 울음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름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두 계절 사이의 짧은 틈에서, 나는 하루라는 선물을 온전히 누렸다. 오늘 제장의 마을, 해양신앙의 성지 추암 해변 맨발 걷기는 계절의 전환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의식이자,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고백이었다.

추암 매미소리, 촬영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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