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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학일기

디지털 전환시대, '지역학'의 과제!

84. 만학일기

by 조연섭

지난 19일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제8회 강원학대회 포스터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로 무대에 섰다. 내가 발표한 문제제기는 “디지털 전환시대, 지역학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였다.


발표의 이론적 배경은 하버마스의 '공론장이론'이다. 그는 ”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라고 했다. 나는 이 개념을 기록보관소에 머물고 있는 각종 아카이브를 한 단계 진화시킨 디지털 오픈 아카이브를 제안했다. 지역학 자료가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공론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적 해법으로 API 응용 플랫폼을 제안했다. 상층에서는 전문가가 학술적 기준을 마련하고, 중간층에서는 문화원과 같은 조직이 관리·운영을 맡으며, 하층에서는 시민이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렇게 삼층구조가 맞물릴 때 기록은 폐쇄적 데이터에서 벗어나 민주화된 지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강원학대회 포스터 PT발표, 사진_ 강원학대회 DB

이 과정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개인 기록의 공공성과 자산화였다. 누구나 일상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그것이 모이면 지역의 집단적 기억이 되고, 나아가 사회적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데이터의 축적을 뛰어넘는 가치, 지역학의 생활화로 이어진다.


포스터를 설명하면서 내가 활동하는 웹 작가 플랫폼 '브런치'를 사례로 들었다. ”10년 만에 450만 명의 작가 회원을 확보한 이 플랫폼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철학으로 기록의 민주화와 개인 경험의 공공화를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또한 이와 같은 개방성과 참여성을 갖출 때 지속 가능하다. “라고 했다.

모형도 샘플

발표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높은 관심이었다. 디지털 전환을 일상으로 체감하는 세대에게 지역학은 낡은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적 과제였다. 기록이 곧 콘텐츠가 되고,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시대, 지역학은 새로운 문화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강원학대회라는 장은 과거를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론장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지역학은 더 이상 ‘전문가 책장’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시민이 함께 쓰고, 함께 공유하는 디지털 공론장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될 때 문화적 자산이 되며 기록의 민주화가 완성된다.

제8회 강원학대회 포토 리뷰,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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