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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학일기

지역학, 그래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11. 지역N문화_ 강원

by 조연섭

[강원학대회_ 후기] 제8회 강원학대회가 지난 19일 강원대학교 6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는 ‘강원학주간’을 맞아 “지리지”를 키워드로 진행됐다.


강원역사문화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와 강원대학교 사학과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의 장소성과 지역성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 지리지는 단순 땅의 생김새와 경계를 기록한 책이 아니라, 특정 지역이 살아온 역사와 삶의 문법을 담아낸 문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현장 스케치_ 사진 조연섭

강원도의 지리지는 대표적으로 ‘관동지‘를 비롯한 읍지들에서 그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이들 읍지는 단순한 행정 자료가 아니라, 관동팔경을 비롯한 자연경관, 풍속, 교육, 인물, 마을 전승을 아우른 총체적 기록이다. 다시 말해, 강원도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들고, 장소를 지역으로 각인시킨 문화적 지도였다. 오늘날 우리가 ‘지역성’이라 부르는 것은 결국 이러한 기록과 경험의 층위를 통해 형성된 것임을 상기하게 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특히 주목된 점은 발제자와 토론자의 세대교체다. 젊은 교수들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발표했고, 대학생들의 포스터 발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다. 이는 지역학이 더 이상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시선은 디지털 아카이브, 생태 환경, 문화자원의 재맥락화에까지 뻗어 있었으며, 이는 지리지가 단순한 고문헌이 아니라 오늘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학문적 자원이자 공론장의 출발점임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맞닥뜨린 고민은 깊다. “이 시대에 지역학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은 이번 대회 전반에 깔려 있었다. 인구 소멸 위기와 도시 집중화, 디지털 전환의 급류 속에서, 과거 읍지와 지리지를 어떻게 현대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논의의 결론은 분명했다. “그래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지리지는 장소의 기억을 집약한 기록물이다. ‘관동지’가 보여주듯, 그것은 자연경관의 묘사가 아니라 강원인의 삶을 일으켜 세운 자원과 정신의 지도였다. 이러한 자료를 연구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과거 회상보다 지역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미래의 사회적 상상력을 키우는 기초다.


강원학대회는 학술 발표도 중요하지만 세대를 잇는 연구의 현장이자 지역성과 장소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공론장이 되고 있다. 학문은 결국 시대와의 대화이고, 연구는 그 대화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연구는 멈출 수 없다. 지리지를 통해 우리는 강원의 땅과 사람, 그리고 그 정신을 새롭게 읽어내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강원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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