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역N문화

명절 없이 보내는 사람들

19. 지역N문화

by 조연섭

추석 전날, 도시는 조용합니다.

예전 같으면 고속도로에 차가 가득하고, 기차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을 시간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고향으로 가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명절 없이 보내는 사람들’, 혹은 ‘혼자 보내는 명절족’이라 불립니다.

명절없이 보내는 사람들, 프롬프트_ 조연섭

사람들이 명절을 다르게 보내기 시작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부담, 가족 간의 갈등, 차례 준비의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하고, 혼자 사는 사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명절엔 꼭 내려가야지”가 당연했지만, 이제는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보내자”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명절 풍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는 해변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작은 식탁을 차리고 “가짜 가족이라도 좋다”며 웃습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함께’의 온기가 있습니다.


명절을 혼자 보낸다고 해서 외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 대신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는 사람,

“송편 대신 산책을 선택했다”는 사람처럼 말이지요.

누군가는 집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미뤄둔 일기를 씁니다.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의미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제 명절은 의무의 시간이 아니라 쉼의 시간, 누군가에게는 가족보다 나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 되었습니다.

SNS에서는 “#혼추(혼자 추석)” “#비귀향명절” 같은 해시태그가 올라오며 혼자 보내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합니다.

“괜찮아요, 우리도 잘 보내고 있어요”라는 공감이 이어집니다.


명절의 모양은 바뀌었지만, 마음은 여전합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그것도 ‘나름의 명절 인사’입니다.

송편을 빚지 않아도,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충분합니다.


보름달은 여전히 똑같이 뜹니다.

고향집이든, 자취방이든, 혼자 걷는 산책길이든 달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춥니다.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명절 없이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추석은 충분히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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